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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어려운 이웃은 우리 교회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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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5. 5.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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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전북 남군산교회(이종기 목사) 대예배당에는 지역 어르신 1100여명이 꽉 들어찼다. 올해로 6회인 ‘삼학동 사랑의 경로잔치’에 초대된 이들은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것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차려입었고 할머니들은 곱게 단장한 상태였다. 


무대에서 한 교회 청년이 아쟁 장구 대금 연주에 맞춰 ‘아리랑’과 ‘날 좀 보소’를 불렀다. 몇몇 어르신들은 어깨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복을 입은 다른 청년은 무대에서 ‘소고춤’을 선보였다. 한 어르신은 무대 앞까지 나와 스마트폰으로 춤추는 모습을 촬영했다. 

전광옥(69) 할머니는 “동네 친구를 따라 교회에 왔다”면서 “나이가 먹어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웃을 일이 없었는데 오래간만에 옛날 노래를 들으니 기쁘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뒤 이어진 경품 추첨 시간에는 사회자가 번호를 부를 때마다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선풍기 이불 선글라스 등이 경품으로 제시되면서 참석자들의 열기는 고조됐다. 객석에서 “여기요”를 외치면 예배당의 모든 눈길이 그곳으로 쏠렸다. 번호가 맞다고 우기는 어르신도 있었다. 사회자가 “이 아버님은 번호가 다른데도 자꾸 맞는다고 한다”고 말하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공연을 본 어르신들은 점심을 먹고 고급 두루마리 휴지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휴지를 받아든 한 할머니는 “남군산교회가 친자식보다 낫지. 때 되면 잔치 열어 먹여주고 선물 주고”라고 말했다. 이종기 목사는 “음식을 넉넉히 마련하려고 노력했고 선물도 11t 트럭 한 대 분량을 준비했는데도 동났다”며 “혹시 못 드시거나 선물을 못 가져가신 분은 없었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남군산교회는 교회가 위치한 군산시 삼학동의 어려운 이웃을 책임지는 교회로 유명하다. 형편은 어렵지만 지원조건에 맞지 않는 이들이 주민센터를 찾아오면 남군산교회에 가보라고 할 정도다. 이 목사는 “10여년 전 성도가 300여명이던 시절 삼학동의 어려운 이웃을 책임지기 위해 부흥을 간구했는데 기도 응답을 받아 현재 출석 성도 1000명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군산교회는 특히 삼학동 노인들에게 친자식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5년 전부터 독거노인 20명에게 매월 5만원씩 용돈을 드리고 10년 전부터는 이들을 포함해 노인 35명에게 밑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지난해 설 때는 노인 70가구에 소고기를 두 근씩 선물했다. 교회 성도 중 65세 이상 노인들은 1년에 2차례 1박2일 효도관광을 보내드린다. 

지역 불우 아동들의 부모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2000년부터 조손가정과 소년소녀가정 13가구에 매월 5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는 부모가 없는 군산 지역 보육원 아이들 180여명과 1년에 2차례 외식도 한다. 

올해부터는 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기 시작했다. 최근 19개 중학교와 12개 고등학교에서 학교당 1명을 뽑아 중학생 80만원, 고등학생 100만원을 지급했다.

이 목사는 교회 사역에 고마워하는 이웃의 모습에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최근 성도 30여명이 장애아를 둔 한 모자 가정의 집을 전면적으로 수리해 준 적이 있습니다. 이 어머니가 한때는 사는 게 너무 힘든 나머지 극단적인 생각을 품기도 했는데 교회 도움으로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는 인사를 해 저와 성도들이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다양한 사역은 삼학동 주민센터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경로잔치에 참석한 서광순 삼학동장은 “군산시가 어려운 분들을 아무리 잘 보살피려 해도 제도적으로 조건이 안 되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데 이들을 맡아주는 남군산교회가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군산=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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