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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석봉 (6) 대졸 아내의 결혼 조건 “도와줄테니 검정고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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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5. 1. 1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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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한 남성과 대학을 졸업한 여성의 만남. 영화에서나 있을 것 같은 일이다. 나는 초등학교만 나왔고,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마친 것은 한참 후였다. 아내는 대전 배재대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보통 영화에서는 첫눈에 반한 고학력자가 상대의 학벌을 무시하고 결혼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아내를 사랑한 나머지 내가 아내를 납치하다시피 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었다. 이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먼저 아내와 장모님에게 감사하고 특별히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31세, 그때도 여전히 나는 용접과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야간에는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측의 무인가 신학교에 다녔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아주 좋게 봤던 것 같다. 하루는 내가 섬기던 반석성결교회 김은호 목사가 좋은 자매가 있으니 만나 보라고 권했다. 지금의 아내였다. 나는 말로만 한 번 만나보겠다고 했다. 교회의 유치원에서 아내를 자주 보곤 했지만 여성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내는 교회 관인유치원 교사였다. 3개월이 지났다. 김 목사는 또다시 “결혼할 때가 됐으니 마다하지 말고 한 번 만나 보라”고 했다. 나는 싫다고는 못하고 기도해 보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반석성결교회 김용련 원로목사가 새벽예배를 마치고 잠깐 보자고 했다. 목양실에서 무릎을 꿇고 한참 기도하던 김 원로목사는 “결혼 시기가 지나가고 있는데 결혼해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했다. 그는 “태어나서 자라는 모든 과정을 내가 봐 왔는데 이렇게 준비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매는 내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내였다. 처음에는 두 목사가 상의한 끝에 내게 권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김 원로목사는 일단 기도하고 느낌이 오면 이야기하라고 했다.

며칠이 지났다. 아내가 일하는 유치원의 한 교사가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불렀다. 당사자에게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며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또 아내였다. 그제야 아내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저를 위해 준비해 주신 자매가 이 자매입니까?”

아내는 이런 일이 있고 난 후에 내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펄쩍 뛰었다고 했다. 아내는 내 주변에 여자가 너무 많다고 했다. 사실 어린이전도협회나 신학교를 다니며 알게 된 자매들을 일 때문에 만나곤 했다. 아내는 그것을 본 것이었다. 김 원로목사는 “결혼하면 너한테 정말 잘해 줄 사람”이라고 아내를 설득했다. 이런 상황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솔직히 아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동생이 대뜸 “형, 그 문제를 놓고 기도해 봤어. 형 처지에 그런 여성이 온다면 대박 아니야?”라고 나를 혼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해서 아내와 마주 앉았다. 나는 내 상황을 솔직히 모두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돈이 없어 전세는커녕 월세도 못 살고 공장 안에 있는 빈방에서 산다고 했다.

아내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그러면 유치원 옆에 집을 얻어 살자고 했다. 단 하나, 조건이 있었다. 아무리 학벌을 안 따져도 고등학교는 마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도와줄 테니 검정고시를 보라고 했다. 이어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결혼 허락을 구했다. 나는 장모님에게 넙죽 절을 하고 “제게 딸을 허락하신다면 밥은 굶기지 않겠습니다. 제가 가진 것은 없지만 제 아버지가 하나님이시니 저는 부자입니다. 결혼해서 하나님 나라의 공주로 모시며 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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