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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찾아가는 아이들,감사할 뿐이죠… 위탁아동 양육하는 임영미 사모

뻥선 티비 2012. 12. 7. 11:30

[국민일보]|2006-05-12|29면 |05판 |문화 |뉴스 |1405자

“사랑에도 유전인자가 있나 봐요. 우리 주형(6)이는 아빠,우리 재형(4)이는 저를 닮았다네요.”

위탁아동 2명을 맡아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는 인천 석남2동 시민장로교회의 임영미(40) 사모. 1년4개월을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라는 말이 늘 입에 붙어 있다. 아이들이 잘생겼다는 자랑도 여간 아니다.


남편 이수대 목사가 아동 사역을 하고 있지만 위탁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우연히 복지재단에서 실시하는 위탁부모 교육에 친구를 따라간 것이 계기가 됐다. 교육이 끝났을 때 ‘내 일이구나’라는 느낌이 왔다. 친자녀 예슬(14)이와 윤우(13)가 아직 어리지만 어머니 손이 약간은 덜 필요할 때인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했다.


임 사모를 만나기 위해 교회에 들어섰을 때 예배당은 공부방 같은 느낌을 줬다. 맞벌이 부모를 둔 동네 아이들 40여명이 공부하고 있었다. 변두리 4층 건물의 2층에 자리잡고 있는 교회는 20평 남짓한 공간에 사랑이 넘쳐흘렀다.


“아이들이 웃음을 찾아가고 있어요. 감사할 뿐이에요. 주형이가 ‘엄마,나 떼놓고 어디가? 나 버리는 거 아니지?’라고 물어서 시장도 혼자 못 갔어요.”

주형이와 재형이 친아버지는 오래 전에 행방불명됐다. 친어머니는 정신질환으로 아이들을 거의 키우지 못했다. 말없이 집을 나가 안 들어오기 일쑤였고 아이들이 위탁된 뒤에는 자취를 감췄다. 어린이날이나 명절에는 친부모와 위탁아동이 함께 지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적도 없다. 위탁된 아이들은 대부분 경찰서나 동사무소를 통해 복지재단으로,복지재단에서 다시 위탁가정으로 이사한다.


“위탁가정에서라도 가족 사랑이 무엇인지 알면 소년원 같은 곳에 가지는 않는데요.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줄 수 있어 감사해요.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불쌍한 아이의 엄마가 돼준다는 건 축복”이라며 임 사모는 연방 손사래를 쳤다.


어려움도 있다. 두 아이 모두 아토피가 심하다. 재형이는 천식도 있다. 천식으로 1차와 2차 진료기관,종합병원 중환자실까지 6시간을 헤매다 입원한 적도 있다. 의사 선생님이 생명이 위험하다고까지 했었다. 천식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니 임 사모는 가슴이 멘다.


임 사모는 주위사람들의 고마움도 잊을 수 없다. 쌀과 옷을 챙겨주는 이웃,세심하게 아이들을 관리해주는 복지사,무료로 치료해주는 병원이 없었던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임 사모에 가장 힘든 건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위탁아동이라고 일반 아이와 다르게 대하는 병원들도 일부 있었어요. 한번은 주형이 재형이게만 사탕을 안 주더라고요. 한바탕 싸웠죠.”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감사하단다. 임 사모는 “주형이 재형이의 마음속 상처가 성장하면서 치유되었으면 하는 게 소망”이라며 “우리 크리스천들이 위탁가정으로 많이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