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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여기는 이렇다/내 기사/[일과 신앙] 신앙·경영·삶의 고민 함께 나누는 끈끈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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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6. 8. 3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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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실업인회(CBMC) 광화문지회에는 세 가지가 없었다. 새벽잠이 없었고 격의가 없었고 독불장군이 없었다. 올해 창립 64주년을 맞은 한국CBMC는 272개의 지회로 구성돼 있다. 회원이 70여명인 광화문지회도 이 중 하나다. 지난 24일 이곳의 수요정기모임에 참석했다.

오전 6시30분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호텔 연회장. 이른 시간인데도 회원 30여명이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남녀 모두 정장 차림. 여성은 단정하게 화장을 했다. 그 시간에 화장까지 하고 집을 나서려면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야 할지 상상이 안 갔다. 지회 지도목사로 이날 메시지를 전한 이건호(순복음대구교회) 목사는 대구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했다. 지회 총무 이준호 (주)소프트자이온 대표는 “회사 출근에 앞서 충분히 교제하기 위해 일찍 모인다”고 말했다. 다들 새벽잠이 없는 게 분명했다.

참가자들은 예배 시작과 함께 서로 인사를 나눴다. “사랑합니다” “반갑습니다”라며 포옹했다. 처음 참석한 이들에겐 “오늘 잘 오셨습니다”라고 반겼다. 기존 회원은 파란색 명찰, 처음 온 회원은 빨간색 명찰을 달아 구분했다. 사회를 맡은 국원경 (주)미디어케이앤 대표는 “인사할 때 포옹하는 것은 광화문 지회의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었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이 목사는 기자가 회원들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저는 안 찍어주나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곧이어 사진을 찍으려 하자 회원들에게 인사를 하다 말고 포즈까지 취했다. 그 모습이 회원들에게 큰 웃음을 던졌다. 분위기가 이처럼 유쾌하다고 이 총무가 설명했다. 정말 격의가 없었다.

이 목사가 성경 본문을 읽고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금세 진지해졌다. 이 목사는 사자굴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다니엘을 이야기하며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우리에겐 불경기든 호경기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받고 보고 듣고 행하면 은혜가 따른다”며 “평강의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나라와 민족, 한국CBMC와 광화문 지회, 전도대상자를 위해 중보기도하고 서로의 개인 기도제목을 나눴다.

광화문 지회에는 독불장군도 없었다. 지회는 기도분과 리더십분과 여성분과 일터사역분과 등 각 분과별로 활동했다. 독서모임인 ‘책사클럽’, 두 달에 한 번씩 회원들의 일터를 방문해 기도해주는 직장방문기도회, 가정의 모델을 세우자는 취지로 운영되는 ‘가델스쿨’ 등의 일정이 이날 공지됐는데 모두 분과별로 진행된다고 했다.

창립 멤버이자 여성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지영 (주)로고스피아이티 대표는 “보통의 모임은 주로 회장과 총무가 일을 다 하는데 우리는 분과위원장이 주도하고 회장과 총무는 위원장을 섬긴다”고 말했다.

35세로 광화문 지회에서 가장 막내이자 이날 두 번째로 참가한다는 김기현 인스텝스 대표는 “회원 대부분이 각 비즈니스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분들이라 나이가 적지 않다”며 “그래서 어색하고 불편할 것 같아 처음에는 참석을 주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 편견은 첫날 사라졌다”며 “내 삶과 신앙, 경영의 어려움까지 나눌 수 있는 모임이어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지대영 CBMC 광화문지회 회장 "일터가 사역지… 예배하러 가는 마음으로 출근"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광화문지회 회장은 지대영(사진) (주)그랑블루 대표가 맡고 있다. (주)그랑블루는 선박중개업을 하는 회사다. 선박 매매, 임대를 주선한다. 지 대표는 정유회사에 다니다가 성경적 경영을 실천하고 싶어 2006년 회사를 창업했다.

지회장 임기는 2년으로 올해가 첫해다. 지회 창립회원인 그는 지회 총무, 분과위원장, 포럼 팀장 등을 맡아 헌신했다. 광화문 지회는 2009년 6월 세종지회에서 분립했다. 지 대표는 현재 서울 소망교회(김지철 목사)를 섬기면서 82년부터 교회학교 교사로 헌신하고 있다.

지 대표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신앙생활과 비즈니스를 별개로 생각하는데 비즈니스도 곧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CBMC를 통해 일터가 곧 사역지라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된 후로는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간다는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한다"고 말했다.

그랑블루는 '건전한 비즈니스 문화를 창출하고 사회와 이웃에게 공헌하는 회사'라는 사명을 갖고 있다. 지 대표는 "건전한 비즈니스란 성경적인 비즈니스"라며 "항상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업을 하려고 애 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은 성실 납세에도 영향을 미쳐 그는 지난해 납세자의 날에 납세 우수 및 사회 기여 공로로 기획재정부 장관상을 받았다.

지 대표는 광화문 지회뿐만 아니라 CBMC에 강한 소속감과 애정을 보여줬다. 그는 "CBMC의 본질은 결국 하나님 중심의 일터를 만드는 것"이라며 "CBMC가 한국교회를 섬기고 한국교회를 변화시키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 대표는 본인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기사에 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죠?"라며 "저보다는 다른 회원들 이야기를 많이 써달라"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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