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11시 4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후문 보안 검색대를 지나 본관 지하로 향했다. 지하 1층 복도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고자 주를 갈망합니다.” 찬양소리였다.
소리를 따라 가자 ‘B107 국회 기도회’라는 푯말이 눈에 띄었다. 푯말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이곳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거룩한 장소입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기도실 안에서는 남성 2명 여성 8명이 지휘자의 손길에 맞춰 찬양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어 사람들이 예배를 위해 모여들었다.
이들은 1년 365일 국회를 영적으로 파수하고 있는 국회 공무원들의 신우회인 ‘국회기도회’ 회원들이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마다 모여 이 나라와 민족, 특히 국회를 위해 기도한다. 일부는 매일 오전 출근하자마자 기도실에 들른다. 이날 순서지에는 ‘대통령과 국가지도자들이 하나님과 백성을 경외하고 충성과 공평으로 이 나라를 다스리게 하소서. 대립과 분쟁의 정치가 화합과 상생의 정치로 변화되고 민생현안을 지혜롭게 처리하게 하소서’라는 공동 기도문이 적혀 있었다.
국회기도회는 1976년 10월 22일 국회에서 일하던 세 여성 공무원의 기도모임으로 시작했다. 개인적 신앙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국회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에는 장소가 없어 계단이나 보일러실 등에서 라면상자 위에 성경을 펼쳐놓고 기도모임을 가졌다.
1∼2년 모임이 지속되면서 참석자가 늘었다. 서너 해가 지나 회원이 30명이 되자 정식 모임을 만들기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79년 12월 26일 창립총회를 했고 이듬해 1월 5일 창립예배를 드렸다.
기도회는 이 기도실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다. 기도실은 항상 열려 있었다. 회원들은 출근길에 들러 기도했다. 일과 중에도 답답한 일이 있으면 이곳에 와서 하나님께 하소연했다. 주일 예배를 드리고 믿음이 식을 만하면 수요 모임에 나와 은혜 받고 힘을 얻었다.
처음에 이곳은 공조실이었다. 개조했지만 아무래도 깨끗하지 못했다. 그래서 리모델링을 추진했는데 1500만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전 국회기도회 회장이자 기도회 창립멤버인 장종완(59) 경호기획관은 “회원들이 직장생활하며 헌금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느냐”며 “불가능할 것”이라고 처음에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1000여만원을 모았고 국가조찬기도회가 도왔다. 2004년 6월 개·보수 공사를 마친 뒤 회원들은 감격해 했다.
안타까웠던 기억도 있었다. 기도모임이 활성화되면서 기도실이 북적거리자 타 종교인들이 문제를 삼았다. 이들이 ‘왜 기독교를 위한 공간만 제공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해 한동안 기도실 문을 닫아야 했다. 그래도 예배를 드려야겠기에 평소에는 의자를 모두 치웠다가 예배시간에 얼른 의자를 깔고 예배를 드렸다고 장 전 회장은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는 60여명. 메시지는 김일승 서울 하늘사랑교회 목사가 ‘세상 사람들의 특징’(창세기 4장 16∼24절)을 주제로 전했다. 현재 지도목사는 박영소 서울 복음전함교회 목사다. 앞서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가 19년 가까이 헌신했다. 기도회 설교는 한 달에 2회는 지도목사가, 1회는 초청한 외부 목회자가 담당한다.
김 목사는 “죄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는 두려움이 있는데 이 두려움이 클수록 욕망도 커진다”며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권력을 추구하고 물질 중심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예수님이 나의 자랑이라고 고백하길 원하신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총회가 열렸다. 국회기도회 새 회장으로 전상수(52) 기획조정실장이 추대됐다. 전 회장은 “이 기도회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기도가 이 나라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국가와 국회를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자”고 덧붙였다.
기도실 벽면에는 제헌국회가 개원할 때 이윤영(목사) 의원이 첫 순서로 한 기도가 액자에 담겨 있었다. 제헌국회 제1차 본회의 속기록 내용이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늘의 우리의 환희와 우리의 감격에 넘치는 이 민족적 기쁨을 다 하나님에게 영광과 감사를 올리나이다.”
하나님이 대한민국을, 국회를 세우셨다는 이 고백은 오늘날 국회기도회 회원들의 고백이기도 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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