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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이지의 건치 에세이] 치아와 치매의 관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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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20. 1. 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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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개수와 전신 건강이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치아를 함부로 뽑지 말라고 이전 칼럼에서 역설한 바 있다. 이에 관한 여러 연구가 있다.

첫째는 일본 24개 자치단체 65세 이상, 약 7만7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조사다. 이 연구에 의하면, 고령자의 남아있는 치아가 많을수록 건강 수명이 길었고 간병이 필요한 기간이 줄어들었다. 치아가 20개 이상인 고령자는 치아가 0개인 고령자에 비교해 건강 수명이 남성은 92일, 여성은 70일 길었다. 연구진은 씹을 수 있는 음식의 차이로 인한 영양 상태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보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니가타 대학도 노인들의 잔존 치아 수와 건강 수명과의 관련성을 밝혔다. 연구진은 건강한 70세 노인 569명의 구강검사를 하고 5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 노인 중 20개 이상의 치아를 보유한 노인의 사망률은 2.5%, 19개 미만 치아를 보유한 노인은 6.1%의 사망률을 나타냈다. 노인들의 잔존 치아 수가 수명을 결정짓는 유용한 지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잔존 치아의 개수가 많을수록 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하는 연구들은 최근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치아의 개수가 많을수록 수명이 길어지는 요인은 뭘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양 상태의 차이가 그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만과도 관계가 있다. 비만은 각종 성인병,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 수명을 단축한다.

건강한 치아의 개수가 많아서 씹는 힘이 좋아지면 비만을 막아준다. 포만감을 느끼는 것은 뇌에 있는 만복 중추가 식사 때문에 자극을 받아 배가 부르다는 명령을 내린다. 이 때문에 이 만복중추가 작용하려면 음식을 먹은 후 10분 이상 지나야 한다. 따라서 건강한 치아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조금만 먹어도 만복감을 느끼고 자연히 먹는 양이 줄어 비만이 예방된다. 건강한 치아가 많으면 비만이 방지돼 수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잔존 치아 개수는 치매와도 관련성이 있다. 일본 규슈대의 연구를 보면 5년간(2007~2012년) 60세 이상 노인 1566명의 치아 상태와 치매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치아가 1~9개 있는 노인은 치아가 20개 이상 있는 노인보다 치매가 생길 확률이 81% 높았다. 치아가 10~19개인 노인 역시 치아가 20개 이상 있는 노인에 비교해 치매 위험이 6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 도호쿠 대학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 1167명을 조사한 결과, 인지기능이 정상인 그룹의 치아 개수는 14.9개인 반면, 치매 환자의 치아 개수는 9.4개로 나타났다. 영국 킹스칼리지 연구팀은 치아가 없으면 인지 능력 장애가 3.6배 정도 높아지며, 미국 연구팀은 노인의 치아 개수와 기억력은 비례한다고 밝혔다. 치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치아의 개수와 치매, 혹은 뇌의 활동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씹을 때 움직이는 근육을 저작근(咀嚼筋)이라고 하는데 이 근육이 움직이면서 뇌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뇌 속에 많은 피와 산소를 공급한다는 말이다. 음식물을 씹는 행위가 뇌의 혈액순환과 신경 자극을 촉진하는데, 치아가 많이 빠지면 음식을 잘 씹지 못하고 이로 인해 뇌의 혈액순환이 충분히 촉진되지 못하며 이로 인해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씹을 때마다 머릿속의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海馬)의 세포 활동이 많이 증가한다. 따라서 잔존 치아가 적으면 기억력이 감소할 수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잔존 치아의 개수가 많을수록 건강수명도 길어지고, 치매 걸릴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치아는 가능하면 오래 쓰는 게 좋다.

물론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의가 전제돼야 한다. 잇몸뼈가 많이 녹아서 치아가 씹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거나 잇몸염증이 자주 반복되어 염증이 인접 치아로 퍼지거나 하는 등 발치가 최선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지영 원장(치의학박사 ·닥터이지치과)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181376&code=61221111&sid1=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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