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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우정 (5) 건축비도 부족한 상황에 미리 증축할 생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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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20. 3. 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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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설계된 병원은 연건평 3305㎡(1000평) 규모의 3층 건물이었다. 연못을 흙으로 메꾼 지반이 약한 곳이라 파일(Pile·말뚝)을 많아 박아야 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30㎝x30㎝, 9m 길이의 파일은 구하기 어려워 병원 마당에서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초공사하면서 혹시라도 나중에 공간이 모자라 증축이 필요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증축할 수 있도록 기초와 기둥을 튼튼히 하기로 했다. 여기에 돈을 많이 들였다. 또 3층 천정까지 철근 구조 공사를 한 후 3층 옥상의 철근을 자르지 않고 시멘트로 덮어뒀다. 이 역시 증축을 하려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2008년 11월 25일 기공 예배, 2010년 9월 10일 준공 예배를 드렸다. 그러고 나서 9년 만인 지난해 3층에서 5층으로 증축하고 11월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준공식을 하고 후원단체인 ‘위드헤브론’ 분들과 함께 감사예배를 드렸다. 4층은 병실로, 5층은 호스피스 병동과 직원 식당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병원은 건물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의료장비, 의료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환자가 있어야 하는데 환자는 넘쳤다. 문제는 의료 장비와 훈련된 의료인력 확보였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의료장비는 워낙 비싸니까 새 장비를 살 생각을 못했다.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다 2008년 미국의 GCM(Global Cross Movement)이라는 선교단체를 알게 됐다. 미국 덴버에 있는 선교 단체로 미국의 큰 병원이 새로운 장비를 교체할 때 나오는 구형 장비를 받아서 보관했다가 제3 세계 필요한 곳에 보내주는 일을 했다.

우리는 거기에서 컨테이너로 4개쯤 받았다. 특히 수술방에서 쓰는 수술대, 수술등, 마취 기계 등을 3세트 얻었다. 처음에는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설치할 수 있는 수술방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GCM 대표가 마취과 의사인데 자기 경험상 수술방이 3개는 돼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는 건물을 짓기 시작한 때라 헤브론에 도착한 수술방 3세트를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이를 설치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수술등이 엄청 크고 무거운데 이런 것을 천장에 달아본 사람이 없었다. 또 미국에서 온 것은 사용 전압이 110V였다. 캄보디아와는 전압이 달랐다. 전압 차이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을 하고 주의를 시켰지만 실수가 계속 발생했다. 이로 인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미국에서 건너온 마취기계는 최근까지 잘 사용할 수 있었고 여러 환자를 살려내는 데 공헌했다.

마련된 수술 세트가 3세트니까 수술방도 3개를 준비했다. 수술방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밀폐공간이다. 창문이 있지만 열리지 않는다. 오염 먼지 곤충 등을 차단하면서 환기도 시켜야 한다. 그런 완벽한 수술방은 우리 형편으로는 만들기 어렵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그래서 3개의 수술방을 만들려고 벽돌을 쌓는데 어느 날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하나는 크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의료인력이 없어 사용이 어렵겠지만 나중에 심장 수술, 뇌수술 같은 큰 수술을 할지 누가 알겠어. 그러려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야하는데.’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8875&code=23111513&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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