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쓴 기사 내용중 일부다.
"하이테크(high tech) 의료 기술보다 더 필요한 것이 영적인 하이터치(high touch)입니다. 특히 말기 암 등 난치병 환자들에겐 육체의 질병 치료와 더불어 영적인 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처음에는 아래처럼 썼었다. "특히 말기 암 등 난치병 환자들은 육체의 질병 치료와 더불어 영적인 치료를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은'의 주격과 동사격 '진행해야 합니다'가 호응이 안되는 것 같았다. 비문 같았다. 그래서 국민일보 교역부 이병갑 부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쳐봤다.
답은 "특히 말기 암 등 난치병 환자들에겐 육체의 질병 치료와 더불어 영적인 치료도 필요합니다."
본인 왈
"주어와 동사가 호응이 안되는 거죠?"
이부장 왈
"처음 문장에서 '환자들은'은 주어도 될 수 있고, 목적어도 될 수 있지.
'은'이 주어 기능을 하지만 목적어 기능도 한다. '철수는 떼 놓고 갔다'에서 '철수는'은 목적어다. 여기서 '환자들은'은 굳이 주어로 안 봐도 된다.
그래서 주제어라고 한다. '환자들의 경우'라는 뜻으로 쓰였지. 그렇게 보면 이 문장이 틀렸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자연스러운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르다. 따라서 이 문장을 자연스럽다고 볼수 없다. 왜냐하면 대개 주어 행세를 많이 하기 때문에 글을 읽는 사람이 주어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주술 관계가 안 맞는다 싶은 느낌이 들지."
'은'이 목적어 기능이 있어 어법상 틀리지는 않지만 읽는이들을 고려해 자연스럽지 않으면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부장 왈
"고친 표현인 '이뤄져야'는 적절한 용어는 아니다. "환자들에게 이루어지다?"
본인 왈
"환자들에게 치료가 이루어지다인데요?"
이부장 왈
"그러니까 이상하지. 치료가 환자들에게 이루어진다로 고쳐봐. 환자들에게 이루어진다가 되지. 그리고 '더불어 동시에'도 어색해. 더불어와 동시에는 같은 짝을 이룰 수 없지. 더불어는 시간을 뜻하지 않기 때문일 듯"
본인 왈
"그럼.. 그냥 난치병 환자들에겐 육체의 질병 치료와 영적인 치료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이부장 왈
"그럼 '에겐 하다'가 호응 안 되지. 치료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본인 왈
"난치병 환자들에겐 육체의 질병 치료와 영적인 치료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는 어떤지요?"
이부장 왈
"그럼 주어가 없잖아."
본인 왈
"아.. 인터뷰 화자가 주어라고 생각해 주지 않을까요?"
이부장 왈
"아니지."
본인 왈
"주어가... 예를 들면 '우리 의료인들이' 정도로 봐주지 않을까요? "
이부장 왈
"그렇게 보기 어려워. 그 말을 넣고 읽어봐. 이상하잖아? 환자들에겐'이 주제어이자 주어 역할을 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따로 주어가 있다고 보기 어렵지. 나에겐 뭐가 필요하다. 이런 꼴이어야 해"
본인 왈
"아.. 그러네요. 나에겐 뭐가 필요하다에서 '나에겐'의 동사격(용어가 맞는지는 모르지만)은 '뭐가 필요하다'인거죠? 또 '뭐가'의 동사격은 '필요하다'이고.. 영어와 비교해 그렇게 이해해도 무리가 없는 건지요?"
이부장 왈
"문장에서는 주어를 생략할 수도 있지만 생략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어. 그건 글의 성격에 따라 다른데 이 예문의 경우 '나에겐'이 주어를 생략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여진다. 한번 생각해 봐. '나에겐'이란 말이 나오면 '나에겐 네가 어떻다' '나에겐 그게 힘들다' 등처럼 주어가 항상 뒤따르지. 즉 주어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부사어라는 것이지. 이 경우 주어를 생략해서는 안 되지. 따라서 주어를 생략한 것으로 보자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지."
이부장 왈
"또, 더불어~도'가 자연스럽고 '더불어~동시에'는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본인 왈
"'도'가 있어야 호응되는 군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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