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라기보다는 작가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외모였다. 청색 남방 차림에 머리를 길러 근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터뷰에서도 권위적이거나 형식적인 대목은 전혀 없었다.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자기 자랑을 밉지 않게 하는 게스트 같았다.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졌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햇불트리니티 갤러리에서 만난 전은호(53) 지니즈디자인 대표 이야기다.
지니즈디자인은 교회그래픽디자인 회사다. 최근 ‘그래픽 추상’이라는 새로운 예술장르를 개척한 전 대표는 이곳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그래픽 추상은 ‘그래픽 디자인’과 ‘추상화’의 개념을 섞은 것으로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이란 도구로 추상화를 그렸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전 대표는 다음달 11일까지 이곳에서 100호, 120호, 130호 크기의 작품 23점을 전시한다. 이들 모두 전 대표가 직접 손으로 스케치하고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활용해 완성한 것들이다.
전 대표는 교회건축업계에서는 유명인사다. 특히 이미지통합(CI) 등을 통해 교회의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만드는 교회 브랜딩 분야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 겸 사업가다. 하이패밀리, 다일공동체, 밥퍼 등의 로고를 만들었고 서울 금란교회 왕성교회 오륜교회 사랑의교회, 용인 우리제일교회, 대구 범어교회의 CI 작업을 했다. 하이패밀리 등 사역단체 3곳에는 재능기부 형태로 로고를 제작해줬다.
전 대표는 일반 디자인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이력을 갖고 있다. 10년 전쯤 CI 전문업체로 유명한 올커뮤니케이션의 기획이사로 일하면서 코레일, KT&G, 인천공항 등의 CI 제작을 총괄했다.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그가 ‘그래픽 추상’이라는 장르를 개척하면서까지 작가로 나선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하나님을 찬양하고자 하는 열망이 디자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전 대표는 모태신앙인으로 용인 향상교회(김석홍 목사)를 섬기고 있다. 아들이 둘인데 올해 27세인 큰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 전 대표는 장애를 갖고 있는 큰 아들을 키우면서 많이 아파했지만 그 덕분에 하나님을 진정으로 만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초대전도 제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전문성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써보고 싶어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교회건축업계 신앙인들로 구성된 ‘교회건축을 사역으로 생각하는 모임(건사모)’의 회원으로서 매달 열리는 기도 모임에도 참석하고 있다.
그는 또 크리스천 디자이너들에게 도전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하니까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가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도 고민하고 노력하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대표의 이번 작품은 모두 십자가를 주제로 하고 있다. 모든 작품의 기본 구조는 수직선과 수평선의 교차다. 그는 “이 교차가 바로 우리를 대신해 죽으신 예수의 십자가”라며 “각기 다른 작품의 십자가에는 우리에게 전하는 각기 다른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전을 묻는 질문에 “이번 초대전을 준비하며 얻은 영성과 경험을 교회 그래픽 디자인 작업에도 투영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디자인 수준을 한층 높이겠다”고 답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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