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신길교회 청소년 콘퍼런스, 다음세대를 깨우다

내가 쓴 기사모음

by 뻥선티비 2019. 1. 31. 22:44

본문


이기용(54) 신길교회 목사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를 만난 지난 23일은 신길교회가 주최한 ‘2019 전국 청소년 겨울 성령 콘퍼런스’ 마지막 날이었다. 콘퍼런스는 지난 21일부터 ‘역전되리라’라는 주제로 2박 3일간 새벽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열렸다. 모든 순서를 이 목사가 진행했다. 찬양을 인도하다가 기도를 하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 목사는 “젊은 청소년들과 함께 있고 우리 성도들이 중보하니까 지치지 않는다”며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은혜를 끼친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청소년들 때문에 나와 우리 교회가 힘을 얻고 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청소년 사역, 특히 청소년 콘퍼런스로 유명하다. 직전에 섬긴 서산성결교회에서 20년간 매년 2회 콘퍼런스를 열었다. 열기도 대단했고 열매도 분명했다. 신학교에 가겠다고 한 청소년들은 부지기수였다. 어떤 아이는 무당인 엄마를 전도해 무당을 그만두게 했다. 새벽기도회에 하루도 안 빠지는 아이들도 많았다. 


신길교회에선 2017년 부임한 이후 3번째다. 콘퍼런스에는 신길교회가 소속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아이들뿐만 아니라 장로교 순복음교회 침례교 등 전국 120여개 교회에서 18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목사는 “크리스천 연예인들의 화려한 무대나 레크레이션 시간 하나 없이 3시간씩 이어지는 예배가 전부인데 이렇게 모인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신앙이 독실한 아이들이 오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이 목적의식이 없다. 부모가 강제해서 온 아이들도 많다. 예배 중에 엎드려 잠 안 자는 게 고마운 아이들이라고 했다. 어떤 아이들은 동네 놀이터에서 놀다가 개척교회 목회자가 재미있는데 가자고 해서 왔단다. 그런 청소년들이 어느 순간이 되면 더 기도하자 더 찬양하자고 이 목사를 조른다고 했다. 


메시지는 ‘예배 생활을 해야 한다, 믿음의 선배들은 새벽을 깨웠다, 말씀을 읽자, 야성을 회복하자’ 등이다. 대부분의 교회에서 전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콘퍼런스에서 찬양하고 기도할 때 어떤 영적 웨이브가 아이들을 깨우는 것 같다. 아이들이 단계적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고 한순간에 불이 붙는다”고 했다. 성령이 강하게 역사해 콘퍼런스 중에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고 아이들이 변한다는 것이다. 


많은 콘퍼런스가 있는데 유독 이곳 아이들이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는 이유는 뭘까. 이 목사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나도 너희들 같았다, 더했으면 더했지, 내가 바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은 이 목사의 삶을 듣고 공감하며 마음의 문을 연다.


이 목사는 누구보다 힘든 청소년 시절을 지냈다. 부모가 없어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동네에서는 부모 없는 아이로 불렸다. 웃음을 잃고 평소 땅만 바라보고 다녔다.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주일학교 교사의 전도로 예수를 믿었고 비로소 하늘을 바라봤다고 했다. 내면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대학 2학년 때 성령을 체험하면서 더 크게 변했다.


그는 “못난 사람을 ‘띨띨하다’ 잘난 사람을 ‘똘똘하다’고 말하는데 ‘띨띨’과 ‘똘똘’이 모음 하나 차이”라며 “하나님께서 이 모음 하나를 바꿔서 나를 목회자로 만드셨다”고 했다. 이어 “나 같은 사람도 그렇게 바꾸셨는데 요즘 아이들은 얼마나 가능성이 크겠냐”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 목사는 청소년들 마음을 여는 하나님의 능력도 받았다. 서울신학대를 다닐 때 교회 교육 전도사 사례비가 늦게 나와 6일간 굶은 적이 있었다. 책상 서랍에 십일조할 돈은 있었지만 그냥 굶었다. 초췌하고 삐쩍 말랐다. 


“그 모습이 버스 창문으로 비치는데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내가 너를 사랑한다.’ 저는 ‘사랑하시면 굶기시면 안 되죠’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네가 자라온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눠보면 어떻겠니’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날 교회 학교에서 메시지를 전했는데 아이들이 울기 시작하더니 그칠 줄을 몰랐다. 내면에선 또다른 소리가 들렸다. “네가 평범하게 살았으면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있었겠니?” 이 목사는 “하나님, 엄마 아빠 없이 자란 것, 이것이 제 삶의 베스트네요”라고 고백했다고 했다. 


그 사건 후 그는 아이들과 너무 잘 통했다. 어디를 가든 환호 받았다. “함께 사진 찍자.” “기도해달라”고 했고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이 목사는 “다음세대가 절실한 한국교회를 깨우라고 이곳 서울 신길교회에 보내신 것 같다”며 “이를 위해 이 부족한 사람을 지지하고 후원하고 기도해주는 우리 교회 장로님들을 비롯한 모든 성도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