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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에서 만난 사람] 태즈메이니아大 최영주 교수… 호주에 한국계 대학 설립 소망

[국민일보]|2006-05-17|31면 |05판 |문화 |기획,연재 |2803자

최근 국내 대학 2곳과 자매결연하기 위해 방한한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 컴퓨터학부장 최영주(53) 교수. 그는 호주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으로 꼽힌다. 소수민족 출신으론 드물게 호주의 국립종합대학 학부장으로 진출한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30대에 학부장이 된 뒤 지금까지 태즈메이니아대 전산학 분야를 주물러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해외캠퍼스 개척 등 굵직한 업무에도 깊이 관여해 왔다. 그만큼 그의 실력과 행정력이 출중하다는 이야기다. 

최 교수의 이번 방한은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태즈메이니아대와 경남 창원대 등의 자매결연을 추진하러 왔습니다. 한국의 대학들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기독교 대학인 한동대도 둘러보았지요.”

그는 특히 한동대의 운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자신이 추진중인 호주의 한국계 대학 설립에 많은 참고가 됐다는 것.


“호주에서는 한동대처럼 특정 종교를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대학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법과 정책으로 엄격히 규제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운영의 묘를 살려 한동대처럼 기독정신에 투철한 실무 인력을 길러내는 작업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는 특히 한동대에서 총장과 학생들이 허물없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한국 대학들과 꾸준하게 연을 맺어왔다.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건국대 등 여러 대학과 교수 및 학생 교환프로그램을 실시해오고 있는 것. 지금도 태즈메이니아 대학에는 5명의 한국 교수가 와 있다고 한다. 태즈메이니아대는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학생 수만 1만5000여명에 달하고 세계 200위권에 드는 숨은 명문이다. 특히 최 교수가 이끌고 있는 컴퓨터학부는 호주내에서 2∼3위권에 올라 있다.컴퓨터학부의 질과 행정을 최 교수가 총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태즈메이니아대의 중국 진출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이 대학은 상하이 항저우 푸저우에 캠퍼스 3곳을 두고 있는데 그 운영에 최 교수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최 교수는 모태신앙인이다. 아버지는 크리스천이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신앙은 독실했다. 그의 장인은 서울 종로 연동교회의 이종진 장로다. 이 장로는 탁월한 영어 실력으로 북유럽에서 원조를 받아 국립의료원을 건립하고 원장과 이사장을 지낸 저명 기독인이다.


최 교수가 호주에 정착하게 된 것은 하나님 사역 준비를 위한 과정이었다. “아버지는 1960년대 호주 초대 총영사와 미얀마 대사를 지낸 최명준씨입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당시 총영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호주로 갔습니다. 그곳 캔버라 ANU(호주국립대)에서 전산학을 공부하고 대학원까지 마쳐 교수가 됐지요.”

그는 프린더스대학 전산학부의 창립 멤버로 교수직을 처음 맡았다. 그리고 단과대학 부학장에 재직하던 중 태즈메이니아대에서 상경전산대학을 설립한다며 그에게 학장 공모에 응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학장 모집은 벌써 마감된 상태였어요.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고 비행기를 갈아타고 인터뷰를 갔죠. 인터뷰에선 그 학교의 잘못된 점을 내내 비난만 한 셈인데 돌아가는 길에 연락이 왔어요.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데 비상전화 연락이라며 저를 찾았죠. 바로 출근할 수 있겠느냐고요. 그날이 12월24일로 하나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죠.”

그는 하나님이 태즈메이니아섬에서 자신을 사용하시기 위해 부르셨다고 믿는다. 이 섬에는 15년이나 된 한인교회가 있었지만 부침이 심했다. 목회자도 여러 차레 바뀌었고 성도 수도 들쭉날쭉했다. 목회자의 공백기간이 많아 설교 테이프로 예배를 드린 적도 많았다. 그는 이 한인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애를 썼다. 결국 얼마 전에 시드니순복음교회의 도움으로 재창립을 하게 됐다. 이때 안수집사인 그의 역할이 매우 컸다.


“성도들이 적을 때는 5명 안팎이 모여 예배를 드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예배당으로 빌려쓰고 있는 호주교회보다 성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교회를 지키도록 하나님께서 사명감을 주셨고 그 열매를 맺게 하신거지요.”

학자로서 그는 한국교육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한국 학생들은 공부를 너무 안해요. 교육을 위한 교육,학위를 위한 교육이 되고 있어요. 배우는 것은 많은 것 같은데 똑똑하지 않습니다. 공부할 기회는 많이 주되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호주에선 학생은 물론 대학교수들도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호주의 교수 채용은 완전히 공채라고 한다. 내부 승진이란 것은 없다. 한국에서는 연공서열에 의해 승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호주엔 절대 그런 일이 없다.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철저히 검증 받아 실력이 없으면 현재의 자리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러니 교수도 공부를 안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30여년을 호주에서 살아왔지만 그의 모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여전하다. 그의 소망은 한국 학생들의 국제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한국 대학,한국 대학생들은 더 국제화돼야 합니다. 호주에서 설립을 추진중인 한국계 대학을 통해 우리 인재들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날마다 기도하고 있습니다.” 

◇최영주 교수는

광주서중과 광주일고를 졸업한 후 캔버라 ANU(호주국립대)에서 전산학을 공부하고 그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아들레이드대학과 프린더스대학을 거쳐 현재 론세스톤 태즈메이니아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중국 진출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태즈메이니아대학 캠퍼스를 상하이 등 세 곳에 세우고 운영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한국 대학들과는 10여전 전부터 교수 및 학생을 교환해오고 있으며 경희대 및 전남대와는 내년부터 복수학위제를 운영한다. 현재 한동대·창신대와 자매결연도 주도하고 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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