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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양수 <5> 미국인 부흥사 안수 받으며 ‘영의 세계’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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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6. 3. 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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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맹학교 설립자 고 한신경 교장 선생님은 나를 특별히 아꼈다. 선생님은 내가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다 왔기 때문에 잘 가르치면 뭐든 해낼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시 한빛맹학교는 중학교 과정만 있고 고등학교 과정이 없었다. 학생들은 중학교 과정을 마치면 고교 진학을 위해 다른 맹학교로 옮겨야 했다. 교장 선생님은 제자들을 잘 키워 다른 학교에 빼앗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빛맹학교에도 고등학교 과정을 개설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당시 한빛맹학교의 한 선생님이 내게 한빛맹학교에서 공부하지 말고 고등학교 과정이 있는 서울맹학교에 가라고 권했다. 교장 선생님은 이를 알고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이 말을 한 선생님을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후문이다. 


한빛맹학교에 와 보니 내 장애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학교에는 나보다 장애 정도가 심하고 복합적인 이들이 많았다. 나는 이들이 측은해 용돈이 생기면 먹을 것을 사주곤 했다. 옥수수빵을 자주 사줬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은 나를 잘 따랐다.  


한빛맹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빛맹학교의 기숙사 격인 맹아원에서 진행된 새벽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우리 집은 특별한 신앙이 없었다. 굳이 따지면 불교에 가까웠다. 교회라는 데를 다녀본 적이 없었다. 예배는 낯설었다. 또 그 시간이 아까웠다. 공부하거나 잠자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벽예배에 꾸준히 나갔다. 그것이 학교 규율이었고 무엇보다 교장 선생님이 새벽예배 참석을 특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984년 어느 날 특별한 체험을 했다. 나는 교장 선생님의 지시로 서울 잠실에서 열린 한 집회에 참석했다. 미국에서 오신 구텔 목사라는 분이 강사였는데 당시 이적을 자주 보여줬던 유명한 부흥사였다. 구텔 목사는 집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을 일일이 안수했다. 내 차례가 됐을 때 통역이 옆에 있었지만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아임 블라인드(나는 시각장애인입니다). 벗 아임 낫 디스어포인티드 앳 블라인드네스(그러나 나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아이 원트 투 비 어 헬렌 켈러(나는 헬렌 켈러처럼 되고 싶습니다). 플리즈 기브 미 위즈덤, 커리지 앤드 인텔리전스(제게 지혜와 용기와 능력을 주십시오).” 


구텔 목사가 안수하자 내 몸이 뒤로 확 밀렸다. 순간 확신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영의 세계가 있구나. 하나님이 계시구나!’ 


하나님은 내게 꿈을 통해서 위로해주시기도 했다. 어느 날 꿈속에서 내가 물에 빠져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물 위로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삶의 역경이 있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구원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꿈은 생생했다. 


처음에는 일반 고등학교에 다닐 수 없어 맹학교에 온 것이 그렇게 속상하고 서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한빛맹학교에서 신앙의 토대를 세웠고 하나님을 만났다. 물론 늘 감사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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