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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 / 동양과 서양…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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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2. 12. 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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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2005-06-02|19면 |05판 |생활·여성 |기획,연재 |1871자

터키의 아타튀르크 공항 도착 20분전이다. 비행기 창밖에는 오렌지빛 가로등이 길게 뻗어 있고 군데군데 솥뚜껑같이 생긴 지붕의 모스크와 보스포러스 해협이 멀리 보인다. 동양과 서양,비잔틴문화와 이슬람문화,옛 것과 새 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스탄불의 황홀한 야경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유일한 가교였던 이스탄불은 비잔틴 제국으로부터 오스만 왕조에 이르기까지 무려 1700년 동안 수도였던 곳이자 인류 5000년 역사의 문화유산들이 아직도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이곳을 일컬어 ‘인류문명의 옥외박물관’이라고도 했다.


◇톱카피 궁전·아야 소피아 박물관·술탄 아흐메트 사원=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500년 동안 오스만 튀르크 술탄들이 거주했던 톱카피 궁전은 비잔틴문화와 이슬람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비룬(외궁)과 엔데룬(내궁),하렘(궁정 여인 주거 공간)으로 이루어진 궁전엔 왕족,고관,군인 등 약 5000여명이 살았다고 한다.


톱카프 궁전 앞에는 아야 소피아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문명과 문명이 만나 어떻게 공존했는지를 보여주는 곳으로 ‘성 소피아 성당’이라고도 불리는 박물관은 916년 동안은 성당으로,481년 동안은 이슬람 사원으로 이용됐다.


오스만제국의 술탄 아흐메트 1세는 이슬람이 비잔틴보다 우월한 문화임을 보여주기 위해 소피아 성당을 능가하는 사원인 술탄 아흐메트 사원(벽에 99가지의 푸른 타일을 사용해 블루모스크로도 불린다)을 아야 소피아 정면에 짓게 했는가 하면 소피아 성당도 개조했다. 4개의 첨탑을 새로 세웠고 벽면에 회칠을 한 뒤 코란을 써 넣었다. 현재는 회칠을 벗겨내 장엄한 기독교 성화를 다시 볼 수 있다.


◇보스포러스 해협=30㎞ 길이의 보스포러스 해협은 옥외 박물관 관광 코스다. 유람선을 타고 에미뇌뉘에서 출발해 2개의 보스포러스 대교를 지나 돌아오는 1시간30분 동안 도르마바흐체 궁전과 베일레르베이 궁전(술탄 여름별궁),루멜리 히사르(1453년 요새)등이 연속으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영화 007에서 보았던 크즈탑이 눈길을 끈다. 돌섬 위에 만들어진 이 성채는 비잔틴 황제가 한 점술사의 저주로부터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뱀에 물려 죽는다는 저주를 피하기 위해 바다에 거처를 둔 것. 그런데 공주가 성년이 되던 날 공교롭게도 황제가 보낸 음식 바구니에서 뱀이 나와 결국 공주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층은 레스토랑,2층은 전망대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피에르 로티 카페=골든혼 상류에 위치한 피에르 로티 카페는 옆의 무덤과 함께 전설적인 사랑이 전해져 오는 곳이다. 1876년 프랑스 해군무관 피에르 로티는 이스탄불 주재 프랑스 상무관에 부임한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아지야데라는 한 여인을 만나 서로 사랑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한다.


훗날 유명한 소설가가 된 그는 이스탄불로 돌아와 아지야데의 묘지가 있는 이 카페를 늘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터키인들은 이 카페의 커피를 마시며 그들의 사랑을 기억한다고 한다. 피레르 로티 카페의 커피는 터키식 커피인 카흐베. ‘커피탕’에 가까운 쓴 맛이지만 한 잔의 커피에서 낭만과 여유가 느껴진다.


◇그랜드 바자르와 탁심광장=4000여개의 가게로 이루어진 그랜드 바자르는 출입문만 20개가 넘는다. 터키어로 ‘카파르 차르쉬’라고 불리는 그랜드 바자르는 ‘덮여있는 시장’이란 뜻으로 시장 그 자체가 볼거리다. 이스탄불의 번화가를 찾는다면 탁심광장으로 가볼 일이다. 광장 남쪽으로 뻗은 이스티크랄 거리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그 속에서 젊음이 있는 또 다른 터키를 만날 수 있다.


터키항공(02-777-7055)은 인천과 이스탄불을 잇는 직항편을 주2회(월,토요일 인천 출발) 운항한다. 6월30일부터 9월8일까지는 한시적으로 목요일 항공편을 추가한다. 11시간40분 소요.


이스탄불(터키)=글·사진 전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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