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2006-05-20|27면 |05판 |문화 |기획,연재 |1197자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김정식(가명·15)군은 할머니(69)와 단 둘이 산다. 정식군이 2세 때 부모님이 이혼해 엄마와는 연락이 끊겼고 다른 곳에 사는 아버지는 가끔 집에 찾아올 뿐이다. 그래서 생계는 할머니가 책임지고 있다.
할머니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은 고물 줍는 일. 아침에 집을 나서서 밤늦게까지 동네를 돌며 빈 박스와 패트 병을 주워 고물상에 판다. 운이 좋은 날은 슈퍼마켓 앞에서 종이박스를 많이 줍는다. 그런 날의 수입은 4000원. 운이 없으면 종일 발품을 팔아도 허탕을 치기 일쑤다. 최근 대형 할인마트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종이박스 얻기가 어려워져 한달 수입은 12만원이 고작이다.
지난 겨울 도시가스 요금을 아끼려고 할머니 방에 전기장판을 깔고 거기에서 지냈지만 그래도 가스요금이 5만원 안팎이나 나왔다. 수도 및 전기요금 등 뺄 것 다 빼고나면 남는 돈은 겨우 5만원이다. 동사무소에서 3개월에 한번 지급하는 노인교통비를 감안하더라도 정식군과 할머니는 6만원 정도로 한달을 버티는 셈이다.
나가서 사는 아버지가 돈을 조금 보내오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허리를 다친 후로는 일을 하기도 어렵고 일자리도 없어 그마저 끊긴지 오래다.
할머니는 “내가 나이가 많아서 돈을 벌 수도 없고 그냥 고물 주워서 돈 벌면 먹는 데만 쓴다”며 “정식이 학교 교육은 하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식군은 한때 태권소년이었다. 태권도 학원을 다닐 만큼 여유가 있었다. 아버지가 작은 고깃집을 운영할 때만 해도 정식군의 꿈은 태권도 사범이었다. 돈을 벌면 태권도 도장을 낼 거라고 생각했다. 초교 때는 대회에도 많이 출전하고 2단까지 땄지만 갑자기 아버지 사업이 잘 안되기 시작했다. 나라 전체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진 탓이었다. 빚만 늘어갔고 고깃집도 결국 남의 손에 넘어갔다.
정식군은 1주일에 한번씩 태권도장의 광고지를 돌려 1만원씩 벌어도 봤지만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른쪽 무릎까지 다쳐 더 이상 운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그래서 바뀐 정식군의 꿈은 경찰이다. 그는 “경찰관이 돼서 할머니도 지켜주고 아버지도 모셔와서 같이 살고 싶다”며 “연락이 안되는 엄마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정식군과 할머니가 꾸준히 신앙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식군은 가장 좋아하는 찬송으로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꼽았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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