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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재난 전문의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동수 교수 (3)

[국민일보]|2006-06-14|35면 |05판 |문화 |기획,연재 |1352자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요일 4:8)

사도 요한의 이 고백처럼 중학교 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63년 중 1때 나는 늘 새벽에 등교했다. 숭실중학교는 후암동,우리집은 석관동에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30분에 한 대밖엔 운행하지 않아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찍 나서야 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어머니가 이를 알고 내게 부탁을 해왔다. 자기는 직장생활하랴 아들을 챙기지 못해 늘 지각하게 된다고 그러니 자기 아들과 학교에 같이 가달라는 거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너무 게을러 갈 때마다 기다려야 했다. 문제는 내가 우리 교실 열쇠를 갖고 있다는 거였다. 내가 학교에 가면 30∼40명의 아이들이 기다리곤 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다보니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아주 억울했다.


‘저 친구만 없으면 내가 이렇게 혼나지 않을 텐데,같이 학교에 간다고 말했기 때문에 같이 안 갈 수도 없고.’ 나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친구가 정말 미워지기 시작했다. 한번 밉다는 생각이 드니 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내가 다니던 교회에 신현균 목사님이 부흥회를 인도하러 오셨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글라스를 쓰고 살아갑니다. 까만 선글라스를 쓰는 사람도 있고 빨간 선글라스를 쓰는 사람도 있어요. 까만 선글라스를 쓰는 사람은 세상이 어떻게 보이겠어요? 까맣게 보이겠지요. 마찬가지예요. 만약 미움의 선글라스를 썼다고 생각해 보세요. 세상의 모든 것이 미워보이게 되지요.”

내가 그 친구를 얼마나 미워했던지 하나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었다. 목사님은 사랑의 안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랑의 안경을 쓰면 모든 것이 사랑스워진다는 거였다. 그냥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그 친구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그 다음부터 그 친구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집에 도착해서야 일어나던 그 친구가 먼저 일어나 기다리는 것은 물론 나를 맞으러 나오기까지 했다.


며칠 후 어느 기도 모임에서 한 전도사님이 내게 물었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시니?”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가운데 내가 외쳤다. “하나님요? 하나님은 사랑이세요.”

어머니가 교회 금지령을 내리자 이런 고백도 내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고2때부터 병이 났다. 쉽게 잠잘 수 없었고 겨우 잠이 들면 악몽에 시달렸으며 수면부족이 만성 두통을 가져왔다. 불면증 만성피로 두통 소화불량. 이것이 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술을 먹기 시작한 대학 시절부터는 깊은 잠을 자려고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시고 수면제를 먹기도 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상황에서 영적으로 심하게 피폐해진 것이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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