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2006-06-15|31면 |05판 |문화 |기획,연재 |1585자
어머니 반대로 교회를 못 나갔지만 결혼 후엔 마음만 먹으면 신앙생활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안 나가던 교회를 다시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정동감리교회 장로님을 장인어른으로 예비하셨다. 장인어른의 맏딸 결혼 조건은 자신처럼 소아과 의사여야 하다는 것이었고 장모님의 조건은 크리스천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아과 의사에다 막내이기 때문에 맏사위로 조건은 좋았지만 사위될 사람이 교회를 안 나간다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 아내 집에 인사를 갔을 때 장모님은 “찬송 부를 줄 아는 것이 있나?”라고 물었다. 나는 미션스쿨만 다녔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나는 찬송가 151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불렀다. “주기도문은 외우나?” 장모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것도 식은 죽 먹기였다.
결혼식을 올리고 아내와 함께 교회에 출석만 했다. 어릴 때 그렇게 열심이던 교회에 이제 마음놓고 다닐 수 있게 됐는데 이젠 너무 지루했다. 레지던트였던 나는 회진을 돌고 가야한다는 핑계로 12시쯤 끝나는 예배를 11시50분경에 가곤했다. 거의 축도할 때쯤 들어갔다가 나왔다. 장인어른이 장로였으니 장인어른 체면을 봐서라도 안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군산의 개정병원 소아과 과장으로 파견 갔을 때는 하나님께서 관사 뒤에 교회를 준비해 놓으셨다. 같이 파견을 나간 동료 중에는 목사 아들이 있었다. 교회를 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동료 5명하고 죽이 맞아 테니스를 즐기며 술을 마시며 주일을 보냈다. 급기야는 마이산이다 내장산이다 산으로 들로 향했다. 더 어이없었던 것은 산마다 있는 절에 가서 기도까지 했다는 것이다. 아들 하나 점지해 달라고 말이다.
드디어 일이 나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덜컥 임신중독증 진단이 나왔다. 대개는 임신 후반에나 임신중독증이 생기는데 아내는 임신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병에 걸린 것이다. 아내의 혈압은 220∼180mmHg까지 올라갔고 혈압약을 세 가지나 먹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몸은 붓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열심히 술 먹고 놀러 다니기에 바빴다.
간신히 8개월 반을 버티다가 아내는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2.25㎏의 미숙아였다. 원래는 고혈압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폐가 성숙하기 때문에 호흡곤란증후군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어처구니없게 우리 아이에게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이 왔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이는 설상가상으로 황달이 생겼다. 뇌성마비의 위험까지 있었다. 뇌성마비를 막자니 교환수혈을 해야 하고 수혈을 하려면 호흡기를 떼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아내도 너무 높은 혈압으로 망막박리가 생겨 앞이 안 보이는 상태였다. 내가 소아과 전문의이지만 이런 결과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병실 창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어둑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입술에서 나온 말은 “주여 뜻대로 하옵소서”였다.
하나님은 나를 너무나 사랑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수없이 많은 기회,내가 교회를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또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는 고난을 수차례 주셨다. 그런데도 계속 어긋나기만 한 나,하나님은 그런 나를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셨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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