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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양수 <1> 어둠 속에 살다 맹학교서 찾은 ‘희망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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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6. 3. 1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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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이 졸업하는 맹학교 졸업식에도 희망은 있다.  


보통 장애인 특수학교 졸업식에는 학부모의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졸업하는 아이들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한빛맹학교’ 졸업식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한빛맹학교 졸업식에선 장애인들, 학부모들이 희망을 나눴다. 상급학교나 대학에 진학했다고 기뻐했고, 중도 실명한 중·장년들은 새로 배운 안마기술로 취업하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이날 한빛맹학교 교장으로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전달했지만 나도 30여년 전에는 저들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 나는 약시와 야맹증을 갖고 태어났다. 고1 때는 완전히 실명했다. 이전에도 눈이 너무 나빠 생활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과 전혀 안 보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실명은 내 삶의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들었다. 고1 때였으니 당장 공부를 하려면 점자를 배워야 했다. 점자는 생각보다 어렵다. 


당시 나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살아갈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바로 그때 한빛맹학교를 만났다. 내게 한빛맹학교는 단순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시켜준 곳이었다. 하나님이 나를 위해 예비하신 공간이었다. 


한빛맹학교는 하나님을 만난 곳이기도 했다. 나는 실명 후 맹아원에서 지내면서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의무사항이어서 빠지진 않았지만 형식적으로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그때의 예배가 내 신앙의 불씨가 됐다.


그렇게 만나기 시작한 하나님과 동행하며 나는 시각장애인이면서 시각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장애인 교육과 재활을 위한 공동체인 사회복지법인 ‘한빛재단’의 이사장, 한빛맹학교 교장, 사회적 기업 ‘한빛예술단’ 단장을 맡고 있다. 한빛예술단은 안마사가 아니라 음악을 하고 싶다는 한 학생의 바람을 듣고 만든 시각장애인 예술단이다. 


안마를 통해 생업을 이어가기를 원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안마소인 ‘힐링센터’도 지었다. 장애 정도가 심한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경기도 용인에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을 설립했다. 교회는 장로로서 서울 한빛교회(김하영 목사)를 섬기고 있다. 


나는 어둠 속에 갇혀 살았다. 그러다 그 속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그 빛의 원천은 하나님이다. 나는 한빛재단을 통해 내 안에서 발견한 그 빛을 세상에 전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 빛이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으로, 어떤 이들에게는 비전으로, 어떤 이들에게는 진학과 취업으로 나타난다.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살다가 하나님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약력=1966년 경북 김천 출생. 시각장애인 첫 대입 검정고시 합격. 단국대 졸업,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박사과정 수료.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초대 회장 역임. 현 한빛맹학교 교장, 한빛예술단 단장, 사회복지법인 한빛재단 이사장,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회장, ㈔한국사회복지법인협회 부회장, 국무총리실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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