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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요 낫게 해주실거에요… 희귀병 앓으며 찬양 시 쓰는 장유진 어린이

[국민일보]|2006-07-10|27면 |05판 |문화 |뉴스 |1504자

희귀·난치병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초교 4학년생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를 통해 새 삶을 살고 있다. 뇌혈관이 심하게 꼬여 혈관이 터지면 곧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인데도 날마다 일기를 쓰듯 시를 써내려가 벌써 2집을 내놓았다. 아침마다 일어나 “오늘 하루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로 하루를 열어가는 12세 어린이의 마음으로 “하나님은 풍성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고통을 주셨습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눈이 아프고/걸음마가 예쁘지도 않고/팔도 잘 움직이지 않고/손도 잘 움직이지 않지만/나는 나는 좋아요./왜냐하면 하나님이 훌륭한/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통을 주시지만,/나는 고통을 이겨내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래서 좋아요,나의 모든 것이(1집 중 ‘좋아요 좋아요 나는’)

시인은 경기도 안산 초지초교에 다니는 장유진 어린이. 5차례 뇌출혈에 따른 4회의 대수술로 기적적인 삶을 연명하고 있지만 신체의 절반이 마비돼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벌써 4년째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어린 꼬마다. 뇌하수체와 소뇌,중추신경의 혈관들이 엉킨 ‘뇌혈관 기형’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유진이는 뇌출혈 발생의 위험을 항상 안고 산다. 2002년 7월7일.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월드컵 때문에 “대한민국”을 외치던 날이었다. 유진이는 머리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팠던지 머리카락을 손으로 뽑아냈고 먹은 것을 모두 토해냈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의사는 수술 성공 가능성이 0.1%도 안 되고 수술이 잘 된다 해도 식물인간이 된다고 진단했다. 유진이가 뇌출혈 수술을 받았을 때 머리에서 빼낸 피가 1.8ℓ에 달했다. 생명만 겨우 구한 상태였다.


그런 유진이에게 시는 유일한 친구였다. 하루종일 병실에서 시를 썼다. 창밖으로 등교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면서,너무 아파서 “죽고 싶어,그냥 죽을래”라고 절규할 때도 유진이의 유일한 벗은 시였다. 그러다가 유진이에게 또 다른 친구가 생겼다. 바로 예수님이었다. 2004년 같은 동네 아주머니의 전도로 다니기 시작한 교회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시 내용도 달라졌다. 생명과 사랑의 시로 바뀌었다.


“미워도/난 사랑해요/누구든지 말이에요/얼굴은 미워도 마음씨는/곱기 때문이죠//미워도/아무리∼미워도/마음만은 비단결보다 더 예뻐요(2집 중 ‘미워도’의 일부)

예수님을 사귀고 난 후부터 유진이의 뇌에 꼬인 혈관의 혈류량이 줄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혈류량이 줄면 뇌출혈 위험성도 낮아진다. 머지않아 응급실 대기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면 시도 더 많이,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유진이의 꿈인 국어교사도 될 수 있고 자기처럼 아픈 사람을 도울 수도 있게 된다. 유진이는 “하나님께서 꼭 낫게 해주실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희망을 노래한다.


“밥그릇은 좋겠다/누군가를 도울 수/있어서 말이다/배부름을 채워주니까/…나도 언젠가는 누구를/도울 수 있는 밥그릇이 되고/싶다(2집 중 ‘밥그릇’의 일부)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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