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가장] 병원요양 아버지 대신 가장노릇… 두 동생 돌보는 김성환 군
[국민일보]|2006-09-02|27면 |05판 |문화 |기획,연재 |1202자
경기도 안산시 부곡동에 살고 있는 김성환(가명·17)군은 부모 없이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시각장애인이다. 어머니는 간경화로 몇 년 전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정신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1학년인 두 동생도 혼자 돌봐야 한다.
형이 있지만 중증 시각장애인이다. 강남 지역 한 안마시술소에서 일하고 있으나 수입이 일정치 않은데다 집에도 자주 올 수 없어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나마 누나가 있지만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터라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밥은 먹을 수 있어요. 한 교회의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지원해줘요.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은 뒤 남은 반찬으로 저녁이랑 아침식사를 하지요. 가끔 아침을 못 먹기도 하지만요.”
시각장애인인 할머니에게 유전돼 선천성 시각장애인이지만 김군도 한때는 단란한 가정의 응석받이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이 문제였다.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지만 본래 정신이상이 있었다. 김군이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다. 괴성을 지르며 집안살림을 부수는 것이 날마다 계속되더니 결국 같이 생활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요양소 입원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엄마는 병이 났다. 병원에서 간이 나쁘다고 했지만 엄마는 스스로의 몸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아버지의 병원비도 마련해야 했고 시각장애인 아들 둘을 포함해 5명의 자녀를 혼자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엄마는 곧 돌아가셨다.
김군 형제에게 남은 것은 방 한 칸짜리 빌라의 전세금이 전부였다. 이내 전세금도 눈 녹듯 없어져버렸다.
“아버지 요양소 입원비도 만만치 않아요. 그것은 삼촌이 내주고 있어요. 치료비 때문에 모셔오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요. 엄마도 안 계시고 장애인인 저도 도움이 안되고요.”
김군은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정부 지원도 쉽지 않은 상태. 복지관의 도움과 가끔 형이 들러 내미는 약간의 돈이 생활비의 전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생들의 급식비 등은 학교에서 지원해준다.
그래도 김군은 나름대로 소망을 키워가고 있다. 시각장애인학교에서 안마를 배우고 있고 학교를 졸업하면 용인의 안마시술소에 취직도 하게 된다. 김군의 소망은 돈을 많이 벌어 큰 집을 마련해 그곳에서 동생들,형,누나,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다. 4세 때부터 엄마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갔다는 김군은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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