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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재난전문의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동수 교수 (1)

[국민일보]|2006-06-12|35면 |05판 |문화 |기획,연재 |1540자

사람들은 나를 두고 ‘재난 전문의사’라고 부른다. 전쟁,자연재해 등 재난이 발생하면 어디든 쫓아가서 의료봉사를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나는 아프리카이건,아시아이건,북한이건 재난이 나고 내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짐 싸들고 달려간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1999년 터키 대지진,2002년 아프가니스탄,2003년 이라크,2005년 인도네시아 쓰나미가 휩쓸었을 때도 나는 그곳에 있었다. 2004년 북한 용천 폭발사고 때도 그곳에 갔다. 이라크에서는 100m 앞에서 헬리콥터 공격으로 자동차가 전복되는 등 목숨이 위태롭기도 했고 북한에 들어갈 때는 들어갔다가 못나올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치료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현장에 있고자 노력했다.


기억을 더듬으면 의과대학 본과 1학년인 1973년부터 무의촌 봉사활동을 시작해 30년 넘는 시간을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 아파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대위로 복무했던 군의관 시절에도 밤이든 새벽이든 전혀 개의치 않고 진료했던 기억이 난다.


나름대로 열심히 봉사해선지 최근에 하나님께서 선물을 하나 주셨다. 재난지역에서의 봉사활동과 학문적 성과를 인정해 작년 11월 세계의사회(WMA)에서 ‘세계 참 의사’로 선정해준 것이다. 또 같은 해 서울시의사회로부터 ‘한미 참 의료인상’을 받았다. 의료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간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신 것이리라 믿는다. 꿈꾸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긍휼이란 은사를 더 열심히 사용하라는 격려인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요셉처럼 어려서부터 꿈을 잘 꾼 데다 막내로 태어났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기 전이었으니 하나님께서 꿈을 통해 미리 앞날을 보여주신 것은 아니었겠지만 내가 꾼 꿈이 그 다음날 아주 생생하게 현실로 나타난 적도 많았다.


연세대 의과대 시험을 발표하기 전날, 합격을 예고하는 꿈을 꾸었다. 내가 산에 올라가는 꿈이었다. 거의 동시에 잠에서 깬 어머니는 내 꿈 얘기를 듣고 “산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널 올려다보겠고 시험에 합격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날 합격소식을 들었다.


초등학교때 열심히 다녔던 교회에서의 일이었다. 담임 목사님은 당시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 차례로 설교하셨고 다음 시간에 올 때에는 그 인물에 대한 그림을 그려 오라는 숙제를 내셨다. 요셉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던 나는 요셉에 완전히 매료됐다. 꿈 하면 나였고 나도 막내였으니 딱 요셉이라고 생각했다. 해와 달과 별 11개가 요셉에게 절을 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나를 크게 사용해 주실 것이란 믿음의 꿈을 크게 가졌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나로 하여금 먼저 섬기는 삶을 원하셨다. 그 삶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내게 긍휼의 은사를 주신 것이라 믿는다.


◇약력=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소아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버팔로 뉴욕주립대학 면역학 연구 조교수와 워싱턴의대 센트루이스소아병원 류머티스과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 소아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동제일감리교회 권사이자 교회학교 교장이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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