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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경·진리의 기준] ② 성경 형성의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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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3. 10. 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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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출처: [평신도를 위한 알기쉬운 신학강좌-2. 성경·진리의 기준] ② 성경 형성의 주체


성경의 ‘경전’화 주체, 교회냐 성령이냐


21세기에 성경이 성령의 감동으로 형성됐다는 입장이 유지될 수 있을까. 만약 성경이 역사적 산물이라면, 성경의 권위는 더 이상 지켜질 수 없을 것이다. 19세기에서 시작해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유럽의 기독교 국가들에서 성경의 경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심각하게 일어났다. 당연히 교인들은 당황했고, 신앙의 혼란을 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개신교 정통주의는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라는 교리적 선언만 반복했다. 교회의 설명은 충분하지 못했고 성경의 경전성에 대한 의문은 가중됐다. 오늘은 성경의 경전성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을 통해, 성경형성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보려 한다.


역사적 산물


교회가 역사적 과정을 거쳐 ‘성경’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이 견해는 교회가 일정한 기준을 따라 성경을 수집했고, 교회 회의가 경전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경전형성 과정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복음서’를 중심으로 간략한 요지를 보자.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는 아직 신약성경이 없었다. 초기 공동체는 구약과 다양한 신앙의 ‘자료들’을 예배와 신앙생활을 위해 사용했다. 신앙의 자료들은 예수님의 일생에 대한 것, 서신, 신앙고백과 같은 것으로서, 일정한 형식은 없었다. 당시는 네 복음서가 확정되지 않았고, 복음서들의 숫자도 상당히 많았다. 나중에 정경으로 분류되지 못한 자료들은 외경, 위경, 혹은 유사 복음서 등으로 분류됐다.


교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료들을 수집할 필요를 느꼈다. 교회가 자료들을 수집한 ‘기준’은 대략 네 가지다. (1)사도가 직접 저술했는지 여부 (2)사도의 저작이 아니라면, 그 내용이 사도적 전승에 속하는지 여부 (3)당시 교회 공동체에서 높게 평가 받았는지 여부 (4)교회 공동체가 인정한 기존의 자료와 유사한 가치를 가지는지 여부 등이다. 


교회는 이런 기준으로 수집한 자료를 사용하다가, 일정한 기간 후에 경전으로 인정했다. 교회는 공식적으로는 397년 제3차 카르타고 회의에서 신약27권을 채택했다. 그 후 몇 차례 더 교회 회의를 통해 27권을 확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신약의 경전화가 완료됐다는 것이다. 


이 입장을 따르면 성경의 경전으로서의 절대성은 상실될 가능성이 크다. 교회가 경전을 결정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 견해는 결국 성경을 수집하고 결정한 ‘주체’를 교회 혹은 인간으로 보게 된다.


성령의 인도


‘성령’이 성경기록의 주체라는 입장을 보자. 이 입장은 과거에 교회가 유지했다가 시들해진 견해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이 입장에 다시 접근할 필요가 제기된다. 최근의 역사비평학, 고고학, 문헌연구는 과거 문서들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준다. 이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 4세기 경 교회가 경전을 결정했다는 것에 대해 반론이 일어났고, 정경 형성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그 이유를 보겠다.


(1)초기 변증가들과 교부들은 순교로써 기독교를 수호하고 이단과 싸웠다. 그들은 복음서들과 서신들을 신앙의 규범으로 사용했다. 초기 이단들과 논쟁에서 사용한 글들이 발견됨으로써 그들이 어떤 복음서들과 서신들을 ‘성경’으로 사용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2)기독교 가장 초기의 중요 교부들의 저술을 보면 어떤 ‘성경’을 사용했는지가 나온다. 사도적 저술로 분류된 것은 5개였지만, 지금은 3개를 추가해 8개를 주요 초기자료로 본다. 이 저술들과 비슷한 시기인 1∼3세기에 활동한 교부들에게서 그들이 사용한 ‘성경’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권수가 나온다.


(3)최근에 1∼3세기 경 광범위한 지역의 신앙 공동체에서 자체적으로 복음서나 서신을 ‘성경’으로 사용한 흔적들이 발견됐다. 당시는 지금과 달리 교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정보의 교환이 매우 힘든 시기였다. 대부분의 지역은 ‘성경’을 독립적으로 결정해 사용했다. 유통되던 복음서만 해도 30개가량 있었다. 각 공동체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서를 신중하게 선택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교부들의 글, 초기 중요 8개 저술, 다양한 지역의 초기 공동체들에서, 4세기 이전에 사용한 ‘성경’이 놀랄 만큼 유사하다. 


즉 교회가 정경을 결정하기 전에 이미 교회 공동체에서 ‘성경’에 대한 광범위한 일치가 있었다는 의미이다. 신약성경과 교회사를 연구하는 스탠튼(G. Stanton)과 로제(B. Lohse)는 4세기에 교회대표들이 모여 회의에서 경전을 결정했다는 주장은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즉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던 성경을 교회는 단지 받아들이고 추인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라틴지역과 헬라지역의 교부들과 넓게 흩어진 여러 공동체 사이에 신약의 종류와 범위가 어떻게 이런 높은 일치도를 보일 수 있었는가. 이 질문에 합리적으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확률로 설명하기에는 가능성이 너무 낮다. 대단히 신비로운 일이다. 이런 점에서, 경전은 누군가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고, ‘경전은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할 수 있다. 성경의 경전화에 대한 주체는 성령의 인도하심이라는 의미이다. 


학문적 차원에서 보면, 위의 두 가지 입장은 모두 더 보완해야 한다. 두 입장 모두 학설로서 가치가 있고, 더 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있다. 현재 신학계 내부에서는 성경이 역사적 산물이라는 전자의 입장이 팽배하다. 하지만 이 주장을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 성경을 역사적 산물로 보는 견해는 여전히 하나의 가설이다. 아직 교회가 경전을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수집했다는 확고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앞으로 좀 더 진전된 연구와 발굴이 진행되면, 교회가 성경을 수집하고 결정했다는 근거를 발견할지, 혹은 정경 형성과정이 더욱 신비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성령님을 향하게 될지가 드러날 것이다. 필자는 성경의 내용과 경전 형성의 주체는 성령님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김동건 교수<영남신대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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