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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발간한 저서 '헤드라이닝'을 조금 손 보면서 블로그에 다시 올립니다.>
지금은 취재기자지만 편집기자로 일을 시작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편집기자였고, 2012년 말부터 한 1년간 편집기자로 일했다.
편집기자는 크게 3가지 일을 한다. 첫째는 뉴스의 밸류를 측정한다. 기사의 경중에 따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면에 게재할 기사의 크기와 위치를 결정한다.
둘째는 제목을 만든다. 신문에서 본문은 취재기자가 큰 활자인 제목은 편집기자가 책임진다. 셋째는 레이아웃을 한다. 레이아웃은 지면을 꾸미는 것이다. 사진, 기사, 그래픽 등을 활용해 한 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보통 편집기자들은 경험과 연륜, 느낌 등 감에 의존해 이런 일들을 한다. 이 감은 도제식으로 선배로부터, 부장으로부터 배운다. 배운다기 보다는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깨쳐야 한다.
교육도 없고 교재도 없다. 교육할 생각도, 교재를 만들 생각도 안해 왔다. 기사의 경중을 가리고, 제목을 만들고, 레이아웃을 하는 것을 어떻게 말로 가르칠수 있냐는 분위기다. 편집관련 책이 몇권 있지만 개론서 정도이고 그나마 레이아웃과 관련된 외국 번역서가 몇권 소개된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하는 내내 답답했다. 딱 맞는 답은 아니어도 비슷한 답 정도는 알아야 할것 같았다. 그래서 자료를 모으고 제목의 공통분모를 찾아 제목다는 방법을 발견하고자 했다. 그 결과물이 2004년도에 출판된 '헤드라이닝'이다.
이 책은 좋은, 멋진 제목을 다는 방법을 다루는 게 아니다. 제목달기의 기본을 다룬다. 제목달기의 핵심을 다룬다. 이를 두고 제목을 만드는 문법이라고 생각한다. 제목 다는 일을 처음하는 이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다. 내 생각에 이 책 한권이면 신입 편집기자의 능력을 3년 정도는 금방 높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취재기자로서 이전처럼 제목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진 않는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가 살면서 제목을 달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편지, 일기, 보고서를 쓸때도 제목을 달아야 하고 문집, 주간지, 월간지 등 각종 인쇄물을 발간할 때도 제목을 달아야 한다.
그래서 이전에 낸 책을 블로그에 옮긴다. 더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애쓰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글쓰기가 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 제목 달기가 필요하신 분들에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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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제목을 만드는 기본 원칙은 세 가지라고 지난 번에 설명했다. 첫째가 문장론이고, 둘째가 주요지론, 셋째가 육하원칙론이다.
문장론은 제목의 형태를 설명한다. 제목은 언뜻 보면 단어의 집합 같다. 하지만 그 안에 주어가 있고, 동사가 있고, 목적어가 있다. 영어식으로 말하면 1형식 문장일 수 있고, 2,3,4,5형식일 수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나 글이 의사 표현을 위한 것이듯 제목 역시 기사 속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제목은 우리의 의사표현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제목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기도 쉽고, 이를 알면 누구나 쉽게 제목을 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제목을 세분했다. 제목에는 글씨가 큰 제목이 있고, 글씨가 작은 제목이 있다. 주로 큰 제목이 위로 가고 작은 제목이 아래로 가지만 때로는 작은 제목이 위로 갈 때도 있다. 같은 크기의 제목이 두 줄로 이뤄지기도 한다.
제목의 크기가 아무려면 어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편집에서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크기에 따라 제목의 뉘앙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편집할 때는 주로 큰 제목을 다는데 집중하게 된다. 큰 제목이 시선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신문 기사를 볼 때 위 제목부터 본다고 전제하는데, 대개의 경우 가장 큰 제목이 위에 위치한다. '대개'라 함은 90% 이상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큰 제목을 어떻게 달 것인지 알아보기로 하겠다. 큰 제목은 독자가 가장 먼저 읽을 것이기 때문에 그 기사의 핵심이 담겨야 한다. 이 핵심을 본인은 '주요지'라고 부른다. 제목은 곧 주요지라고 불러도 좋다.
큰 제목을 다는 과정중 첫 번째는 이 주요지를 찾는 것이다. 주요지를 찾았다면 이를 큰 제목으로 내세운다. 주요지가 길다면 이중 큰 제목거리를 선택해 큰 제목으로 내세운다. 여기에서 큰 제목거리라고 하면 주요지 중에서 독자에게 가장 어필할 만한 부분을 말한다.
하지만 주요지가 큰 제목거리가 안 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주요지는 작은 제목에 넣고 새로운 큰 제목거리를 찾아 내세워야 한다. 이런 과정을 '주요지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큰 제목을 쉽게 만드는 원리다.
* 주요지론:큰 제목을 다는 방법론
1) 주요지를 잡아라 “제목은 주요지를 기준으로 한다.”
① 주요지가 큰 제목거리일 때 주요지를 큰 제목으로 세운다. 또는 주요지에서 큰 제목거리를 선택해 큰 제목으로 세운다.
② 주요지가 큰 제목거리가 안 될 땐 주요지는 작은 제목에 넣고 새 큰 제목거리를 내세운다.
아래 예는 주요지가 큰 제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잘 보여준다.
주요지가 큰 제목거리일 때는 주요지를 큰 제목으로 세운다고 설명했다.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잘못된 제목이 된다. 아래가 잘못 반영한 예다.
기사의 주요지는 ‘하반신 없고 손 없고 눈 없는 장애인 3명이 킬리만자로 정상에 도전한다’이다. 편집자의 첫 제목은 그런대로 이 주요지를 잘 반영했다. 그러나 최종제목이 잘못 됐다.
편집자는 최종적으로 “하반신 없는 토니·양손 없는 김홍빈·1급 시각장애 김소영 씨가 ‘서로 의지’해 킬리만자로 정상에 도전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토니, 김홍빈, 김소영 씨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들 한사람 한사람을 설명하기 위해 제목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두 줄 제목, 어깨 제목을 달았다.
큰 제목에는 기사가 된 이유인 주요지만 넣는 게 좋다. 그편이 내용을 압축해 호소력이 있다. 아래 편집자의 첫 제목은 어깨 제목형태지만 위아래의 내용이 긴밀하므로 하나의 큰 제목으로 보고자 한다.
최종 제목>
하반신 없는 토니, 양손없는 김홍만, 1급시각장애 김소영씨
"서로의지" 킬리만자로 정상도전
마지막 제목은 같은 날 조선일보의 제목이었다. 이들이 기사화된 것은 하반신이 없고, 손이 없고, 눈이 없는 장애인들이 킬리만자로 정상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하반신이 없는 누가, 손이 없는 누가, 눈이 없는 누가가 킬리만자로 정상에 도전하기 때문이 아니다.
굳이 누구랄 것 없이 하반신 없고 손 없고, 눈 없는 이들이 킬리만자로 정상에 도전하기 때문에 기사화된 것이다. 이것이 주요지다.
편집자의 최종제목은 '그 누구'를 꼭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글자가 작아 글자 수를 많이 해도 되는 어깨제목을 선택했다. 내용을 우겨넣은 느낌이다.
정확한 제목을 달기 위해서는 기사의 리드를 충분히 참조해야 한다. 기사 리드에 주요지를 넣넣는 것이 기사쓰기의 관례이기 때문이다. 편집기자는 이를 토대로 주요지를 정확히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기사를 읽고 연습장이나 컴퓨터에 임시 제목을 적고 고치면 제목달기가 보다 쉽다.
헤드라이닝 2 / 제목(題目, headline)이란 무엇인가. (2) | 2015.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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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기자로 살면서 항상 제목은 어떻게 달아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했다. 아무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데스크도 내가 만든 제목을 고쳐줄 뿐이었다.
또 궁금했던 것은 내 제목이 맞느냐였다. 데스크가 고치지 않는다고 내 제목이 맞는 것은 아니었다.
답답했다. 그래서 ‘제목은 어떻게 달아야 하는지’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제목달기의 정답까진 아니어도 일정한 규칙이 있을 거라 믿었고 그 규칙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규칙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았다. 주요 일간지 제목을 비교하고 왜 이런 제목이 나왔는지 공통분모를 찾았다. 데스크의 손에 거친 제목들의 공통 분모를 찾으면 정답에 가까울 것 같았다.
데스크가 고친 내 제목을 보면서 데스크는 왜 고쳤을까, 내 문제는 무엇일까, 비슷한 기사를 또 받는다면 난 또 어떻게 제목을 달 것인가, 그렇게 묻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료가 쌓였다.
앞서 내용들이 그 자료의 전부다. 또 이 자료가 2006년 발간한 '헤드라이닝'의 내용이다.
나의 생각이 맞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각 고민에 답을 달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 답들은 분명히 신문제목 다는 방법을 알아가는데 대한 토대가 될 것이다.
책은 2006년도에 나왔다. 5년가량 취재기자로 활동하다 다시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다. 벌써 7년이 지났지만 이 내용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도 긴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 내용들은 기본중에 기본, 또 스킬에 가깝다. 멋진 제목, 좋은 제목, 편집기자로서의 철학 등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그런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둔다.
<끝>
헤드라이닝 1 / 신문 제목 다는 방법 연재 (0) | 2015.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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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뜨려야 할 편견
8) ‘…’와 ‘, ’의 용법
① ‘…’은 제목에서 내용을 구분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위 제목을 풀어쓰면, PC통신은 MP3서비스를 재개하라고 법원은 결정했다. 법원은 “저작권 분쟁이유로 전송 중단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법원결정과 “저작권 분쟁이유로 전송 중단은 부당”사이에 아무것도 없으면 의미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때 서로 구분해주기 위해‘…’을 넣는다. 다만 습관처럼 쓰는 것은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② ‘, ’는 제목에서 주어 다음에만 쓰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신문사별 매뉴얼에 따를 일이지만 표준어규정 문장부호란(12번)에 보면 쉼표는 문맥상 끊어 읽어야 할 곳에 쓴다. 꼭 주어 다음이 아니더라도 문맥상 끊어 읽어야 할 곳이면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낫겠다.
N (헤드라이닝 연재 9) 주요지를 잡아라 (0) | 2013.0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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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뜨려야 할 편견
7) 이런 제목은 외워 둬
제목달기 방법론을 정리해 왔는데 일부 제목들은 그냥 외우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이다. 사회면에 자주 쓰이는 제목 중 하나다.
(헤드라이닝 연재) 끝 (0) | 2013.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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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뜨려야 할 편견
6) 꼭 필요한 어휘 빠뜨린 예
데스크는 편집자 제목의 ‘규모’가 무엇의 규모인지 명쾌하게 이해가 안 된다고 여긴 듯하다. 그 규모는 시장규모다. 데스크는 ‘규모’대신에 ‘시장’을 넣었다. ‘규모’라고 해도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지만 ‘시장’을 넣어 ‘시장규모’라고 읽히길 바라고 있다.
또 데스크 소수점 이하 0.1조가 큰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소수점 이하 0.1을 생략했다.
(헤드라이닝 연재) 깨뜨려야할 편견 8 (0) | 2013.0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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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뜨려야 할 편견
5) 제목을 달고 읽어볼 것
편집자 제목을 통해 보면 제주에서 시범서비스가 현재 되고 있는 상태다. 또는 최근에 시범서비스를 했다고 읽힌다. 시범서비스 앞에 시기가 필요했다.
또 서비스하는 곳과 관련 산자부는 ‘전력선 통신망 내년 초 구축’을 밝힌 기관일 뿐 실제 상용화하는 곳은 한전이다. 편집기자는 늘 시간에 쫓기지만 자신의 제목을 한번쯤 다시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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