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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콘서트 (1)
“그분께 모두 맡기고 최선 다하렴”… 고3 제자들 위한 교사들의 특별한 콘서트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것을 그분께 맡기고 최선을 다하렴.”


미션스쿨인 경기도 안양 백영고(교장 김철환)에 23일 걸린 플래카드 내용이다. 백영고 교사들은 이날 교내 식당에서 ‘2015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다음달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고3 수험생 제자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해서다.  


이 콘서트는 올해가 4회째로 백영고 신우회원을 주축으로 한 교사 20여명이 준비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틈틈이 연습해야 했기에 실수가 잦았지만 400여명의 학생들은 식당이 떠나갈 듯이 환호했다.


사회를 맡은 3학년 부장 장수현(40) 교사가 학생들 앞에 섰다. “저는 여러분의 교사인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 그는 첫 인사말을 맺지 못하고 울먹였다. 몸을 돌려 눈물을 닦은 그는 “시작부터 왜 이러니”라며 난처해했지만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울지마”를 연호했다. 


교사들은 춤과 노래, 콩트를 선보였다. 교사 6명은 사자와 곰 등 동물 복장을 한 채 깜찍한 율동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교사들의 파격적인 모습에 열광했다. 


남자 교사 2명은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인 ‘니글니글’을 따라 했다. 뚱뚱한 역할의 교사는 시작부터 대사를 까먹었다. 그가 “아이들 수능을 위해 뭐 준비한 거 없어?”라고 묻자 다른 교사가 “시험 볼 때 쓰라고 1년 전부터 수정 테이프를 준비했지”라고 답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오∼”라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뚱뚱한 교사가 “그게 뭐야! 먹지도 못하는 걸”이라고 하자 폭소가 터졌다. 그는 “나는 과자를 준비했어”라며 “과자, 수능 대박을 향해 가자”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교사 3명은 교복을 입고 복면을 한 채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처진 달팽이’의 노래 ‘말하는 대로’를 한 소절씩 열창했다. MBC ‘복면가왕’을 패러디한 것이다. 한 교사는 손에 든 소품인 부채에 가사를 적어왔고 다른 교사는 어설프게 랩을 했지만 학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웃음으로 화답했다. 노래 가사 중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라는 가사가 학생들에겐 큰 격려가 됐다. 막판에 얼굴이 공개되자 학생들은 교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가장 큰 감동을 준 무대는 ‘야곱의 축복’ 합창. 교사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너는 하나님의 사람, 나는 널 위해 기도하며 네 길을 축복할 거야”라고 노래했다. 마지막엔 ‘사랑해요, 축복해요’를 한 글자씩 적은 카드를 들어 보였다. 


3학년 김채연양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년 김다인양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무대였다”고 엄지를 들어보였다. 


김철환 교장은 “수능이 코앞인데 몸은 힘들고 앞은 안 보이고 지금이 가장 힘든 때”라며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와 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양=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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