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선 블로그
국민일보 종교국 기자입니다.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를 거쳤습니다. 뻥선 티비, 뻥선 포토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재연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의 글 중에서

별도 사주고 하늘도 사주는 부모

 

학부모 강의에서 한 어머님께서 이렇게 질문을 하였다. "성적 올랐을 때 사달라는 거 사줘야 하나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안됩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한 기억이 있다. 성향에 따른 공부법의 질문이 아니라 공부와 그에 대한 보상을 연결해 질문이었기에 설명부터 하지 않고 결과부터 대답을 했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행동할 때는 머리와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motivation)'라는 것이있다. 동기에 해당하는 'motivation'은 'motive'와 같은 뜻이고 'motive'의 어원은 'move(움직이다)'에서 왔다. 즉, 머리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행동을 하게 한다. 그런데 머리를 움직이게 하냐 아니면 마음을 움직이게 하냐가 중요하다. 머리를 움직이는 것은 '외적동기(extrinsic motivation)'이라고 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내적동기(intrinsic motivation)'이라고 한다. 머리를 움직이면 머리를 쓰게 된다. 머리를 쓰는 것은 목적이 중요하게 되고 결과가 중요하게 된다. 마음을 움직이면 즐거움이 온다. 즐거움을 목표로 하면 행복이 중요하게 된다. 인간은 마음을 쓰는 행복보다는 머리를 쓰는 목표를 더 좋아한다.


캐나다에서 있었던 실화라며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어려서 학대를 받고 살았으나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수성가 했다. 귀여운 딸이 생기고, 그토록 원하던 스포츠카를 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차고에 차를 보러 가던 중 이상한 소리가 들려 보니까 어린 딸이 못을 들고 자신의 스포츠카에 낙서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아빠는 그 모습에 이성(머리)을 잃고 손에 공구를 쥐고 딸의 손을 짓뭉개버렸다. 딸은 대수술을 받았지만 손을 절단해야만 했다. 수술이 끝나서 깨어난 딸은 아빠를 보자마자 절단 된 손을 들어 이렇게 말하며 빌었다. "아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께요. 용서해주세요." 아빠는 이 모습에 마음이 아파 그 자리에서 떠나 집으로 돌아가서 차고에서 자살을 했다. 자살을 한 이유는 스포츠카에 낙서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빠 사랑해요( I love daddy)'였던 것이다.'


자수성가했던 이 사람은 자신의 행복이었던 내적동기인 가족보다는 머리를 움직이는 목표였던 집이나 자동차가 더 중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똑같을 수 있다. 아동 심리학자인 레터(Letter, M.R)는 보육원 아동들에게 그림 그리는 실험을 했다. A그룹과 B그룹을 나눠서 A그룹에게는 그림을 그리면 상을 준다고 하고 B그룹에게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일주일 동안 A그룹에게는 약속한 대로 적절한 상을 주었다. 레터는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그림 그리기 실험을 하면서 이번에는 A그룹에게 상을 주지 않았다. 이 때 상을 일주일 동안 받아왔던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 횟수가 줄어들었고 B그룹은 그림 그리는 횟수가 오히려 늘어났다. 바로 상이라는 목표인 외적자극인데 외적자극을 받은 아이들은 상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머리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반대로 그림 그리기 자체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은 마음을 쓰기 때문에 즐거움이 중심이고 즐거움은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즉 그림 그리는 과정을 좋아하게 된다.


칭찬이라는 것은 결과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칭찬해야 하는 것이고 외적동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내적동기를 주어야 인생 자체를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아이가 된다. 아이가 1등을 하면 별도 사주려 하지말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처럼 공부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라. 1등을 하면 하늘마저도 사주려 하지 말고 하늘에 펼쳐놓을 아이의 꿈을 함께 이야기해라. 그러면 자신과 가족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아이가 된다. 얼마나 많이 주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담느냐가 중요한지 아는 아이가 된다. 얼마나 멀리 날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날개로 날고 있음을 감사하며 늘 날개를 다듬는 사람이 된다. 높이 쌓기만 하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것을 닦고 닦아서 빛을 내는 사람이 된다. 마음의 습관으로 인해 불행과 행복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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