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성서 번역은 중국 만주에서 시작됐다. 중국 선교를 위해 1872년 만주를 찾은 스코틀랜드연합장로회 소속 존 로스 선교사는 1874년 중국 우장의 ‘고려문’이라는 곳에서 한국인들을 처음 만난다. 2년 뒤인 1876년 다시 고려문을 방문해 이응찬에게 한국어를 배워 성서를 한글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인들과 함께 요한복음, 마태복음, 누가복음을 번역했고 1882년 3월 드디어 최초의 한글 단편 성서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를 완성했다.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는 3000부 발행됐지만 서북 방언으로 돼 있어 읽기가 어려웠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 성서를 쉽게 번역해 널리 보급한 것이 대한성서공회였다. 1895년 영국성서공회 한국지부로 시작한 대한성서공회는 한국에서 활동하던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 선교사들과 성서번역위원회를 조직해 성경을 번역했다. 1900년 신약, 1911년 성경전서를 출간했고 1938년과 61년, 98년 세 차례 개정 작업을 거쳐 현재의 개역개정판 성경을 출간했다.
이정익 대한성서공회 이사장은 24일 서울 중구 정동길 정동제일교회(송기성 목사)에서 열린 ‘창립 120주년 기념 예배’에서 “대한성서공회는 성경을 한글로 번역, 보급해 한국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이끌어주신 하나님과 기도 및 재정으로 후원해 준 한국교회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대한성서공회는 일제 강점기인 1942년 총독부의 압력으로 문을 닫는 아픔도 겪었지만 광복 후 재건에 성공했다. 1979년에는 자립을 이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성경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1억6000만부의 성서를 해외에 보급했고, 해마다 240여개의 언어로 약 700만부의 성서를 제작해 120여 국가에 보내고 있다.
이 이사장의 사회로 열린 기념예배에서 손인웅(덕수교회 원로목사) 부이사장은 ‘아름답도다. 복음 반포 120년’을 제목으로 설교했다. 손 부이사장은 “복음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기쁜 소식인 하나님의 선물”이라며 “대한성서공회는 지난 120년 동안 이 기쁜 소식을 국내외에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예배에는 스코틀랜드성서공회 일레인 던컨 총무, 탄자니아성서공회 므쿵가 므팅겔레 총무, 일본성서공회 마코토 와타베 총무 등 세계 각국의 성서공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창립 120주년 기념 심포지엄도 열렸다. 박동현 전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개역 성경의 재발견’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개역성격은 한국교회의 표준 성경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성서학의 발전으로 성경 원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만큼 지속적인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성득 미국 UCLA 교수는 ‘대한성서공회 창립 120주년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해방 이후의 대한성서공회 역사를 정리했다. 그는 정태응 총무 등 4명의 총무 재임 기간을 기준으로 공회의 ‘재건’ ‘자립’ ‘성장’ ‘세계화’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는 ‘통일’과 ‘다음세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성서공회는 이날 존 로스 목사가 번역한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1882년)와 ‘예수셩교젼셔’(1887년)를 비롯해 단편 ‘마태복음’(1895년) ‘창셰긔’(1906년) ‘이사야’(1908년) 등 고본 성서들을 전시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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