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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고려인들 섬기던 사랑누리교회가 화재로 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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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6. 1. 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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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끝자락에 헤르손이라는 항구도시가 있다. 인구는 4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도시에 한국인 선교사 가정이 있다. 김창호(60) 목사와 김경자(58) 사모다. 이들은 2000년 10월 러시아 유대인 자치주인 비로비잔에서 8년여간 복음을 전하다 추방됐다. 비슷한 문화권에서 사역하고자 찾은 곳이 우크라이나다.


2008년 6월 헤르손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주로 고려인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했다. 1년 만에 글라드꼬브카교회(사랑누리교회)를 세웠다. 


교회는 선교의 거점이자 지역 고려인들의 쉼터, 아이들의 비전센터로 성장했다. 고려인들은 이곳을 사랑방 삼아 매일 모였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비전을 세우고 영성훈련을 받았다. 특히 여름 성경학교는 인기가 높아 교회에서 100㎞ 떨어진 지역 아이들도 참가했다. 여름 성경학교에 한 번 참가한 아이들은 부모를 졸라 매회 함께했다. 


교회는 신학교도 세웠다. 지난해 1기생 7명을 배출했다. 우크라이나 복음화의 주역들이다. 고려인들은 교회의 이런 활동을 통해 한국에 감사했다. “고국 땅에서 우리를 잊지 않고 우리를 돌보라고 선교사를 보냈다”고 기뻐했다. 


그런데 지난해 추수감사절인 11월 15일 새벽(현지시간). 이 교회에 화마(火魔)가 덮쳤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김 목사는 이날 교회에 있었다. 전날 지역민들을 위해 침(針) 사역을 한 사역자, 통역과 함께 교회에서 자고 있었다. 


잠결에 “탁탁, 탁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엌 쪽에서 나는 소리였고 김 목사는 ‘새벽에 누가 왔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방문을 열자 천장으로 옮겨 붙은 불길이 김 목사에게 달려들었다. 불은 이미 걷잡을 수 없었다. 김 목사는 자는 이들을 깨워 급히 몸을 피했지만 2도 화상을 입었다. 826㎡(250여평)의 예배당은 전소했다. 


사랑누리교회에서 불이 나자 일부 사람들은 “저주받은 교회다. 그래서 불이 났다”고 수군거렸다. 교회 개척 과정에서 주민 및 토속 종교의 박해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화마도, 주변의 시기와 질투도 고려인을 향한 김 목사의 마음을 닫지는 못했다. 김 목사는 타다 남은 벽을 기둥 삼아 비닐을 씌워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당장 어디 갈 데도 없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한국에서 보내오는 약품이나 헌 옷을 나눠주려면 거점이 필요해요.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김 사모가 “당장 우리 살 집이 없는데 누굴 걱정하느냐”고 하자 김 목사는 “우리가 여기 온 이유가 우리 잘 살려고 온 게 아니고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 사모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지인과 교회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김 사모는 “몇 몇 지인들이 십시일반 도와 사역해왔고, 한국도 경기가 어려워 큰 후원을 부탁할 만한 곳은 없다”며 “그러나 우리가 이곳에서 고려인들을 돌보는 일이 하나님 뜻이라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붙여주시고 재정도 채워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청주 예닮 떡집을 운영하는 제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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