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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양수 <8> 시각장애인으로 카이스트 박사학위 받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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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6. 3. 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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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동생 용수(47)가 지하철역 선로에 떨어졌다. 갈비뼈 서너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아버지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왜 우리 형제에게만 이런 시련이 닥치나”라며 서럽게 울었다. 동생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나도 지하철역 선로에 떨어진 적이 있다.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당황했다. 그 순간은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의 악몽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 일이 동생에게도 일어났다는 게 가슴 아팠다.


동생은 열일곱 살에 실명했다. 나는 차마 동생에게 내가 다니는 한빛맹학교에 오라고 할 수 없었다. 맹학교에 두 형제가 같이 있다는 게 나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에게는 서울맹학교에 가라고 했다. 동생은 맹학교를 다니지 않기로 했다. 그냥 검정고시를 치렀다. 평소 활달하고 적극적이었던 나와 달리 동생은 내성적이었다.  


동생은 순수과학에 관심이 많아 서울시립대 수학과에 원서를 제출했다. 대학 측 행정직원들은 시각장애인을 받을 수 없다고 완강히 버텼다. 아버지는 청와대에까지 민원을 넣어 동생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대학 내에서도 공부를 한번 시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동생은 실력대로 시험에 합격해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장애가 없어도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사실 불가능한 학문이다. 특수교육 대상자 특별전형이 보편화된 지금도 시각장애인들이 진학하는 학과는 거의 정해져 있다. 동생처럼 순수과학을 공부하는 시각장애인은 없다. 외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동생은 시시때때로 주목을 받았다. 대학을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차례로 취득하자 큰 화제가 됐다. 지상파 방송 세 곳이 동생을 저녁 주요 뉴스 시간에 소개했다. 심지어 대통령도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하는 서신을 보냈다.


동생이 쓴 논문은 ‘F2 상위에서의 팽창치환 연구’라는, 제목부터 난해한 것이었다. 이 논문은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암호체계에 관한 것으로 이를 연구하는 데는 공간감각이 필요했다. 시각장애인에게 공간감각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동생의 논문은 더 대단한 것이었다. 


동생은 지금 수학을 넘어 천체물리, 우주, 철학까지 폭넓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그가 가진 지식과 재능을 세상 사람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동생은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고 혼자 독자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번은 동생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우주와 자연에 관해 연구해보니 결론은 하나님이 있을 수밖에 없어.” 동생은 자연, 우주, 수학, 노장사상 등에 빠져 아직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다. 그런 동생이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었다. 나는 소망한다. 동생도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이고 함께 예배드릴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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