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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홍수환 <14> 조부모로부터 신앙 대물림… 복싱 인생 버팀목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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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7. 9. 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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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기게 하신 하나님. 한국에 돌아와 서울 망우리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묘지 비석에 늘 있던 십자가가 그날은 반갑고 자랑스러웠다. 

한국 최초의 두 체급 석권. 어릴 때 아버지 배를 치면 주먹이 세졌다고 격려해 주시던 당신. 그 아버지 앞에 꼬마였던 아들이 자랑스럽게 서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복싱 사랑, 함께 보던 앞집 아저씨 복싱시합,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학교 가는 골목길에 붙어있던 복싱 포스터를 보면 으레 그리워졌던 아버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방과 후 계동에서 충무로의 집까지 가면서 보던 한국체육관, 그 체육관에서 연습하던 복서들을 구경하던 일, 김기수 선수가 좋아서 연습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목욕탕까지 따라다니던 일 등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스쳐갔다. 

나는 확신한다. 할아버지의 신앙생활, 특히 신의주 제2교회를 세울 때 못질하면서 헌신했던 할아버지의 신앙, 29세 때 남편을 여의고 홀로 4남매를 키우며 성경을 항상 곁에 두고 읽으셨던 할머니의 신앙이 내 복싱 인생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 모든 걸 통해 진실로 번성케 하신 것이다. 

나뿐 아니고 여러 세계적인 복싱선수들이 주님께 영광을 돌렸다. 세계 헤비급 챔피언인 조지 포먼은 알리에게 지고 난 후 목사가 됐다. 47세에 링에 돌아와 당시 22살이나 아래인 무어 선수와 싸워 10회에 KO시켰다. 그 후 그는 링 중립 코너에 가서 무릎을 꿇고 주님께 영광을 돌렸다. 

역사상 가장 강한 주먹으로 꼽히는 타이슨이 홀리필드에게 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홀리필드는 11회전에서 KO로 이긴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예수님 때문에 이겼다”고 했다.

전 세계가 좋아했던 알리는 1964년 소니 리스턴을 7회 KO로 이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위대하다. 내가 세상을 흔들었다.” 

알리와 포먼을 비교해보자. 알리는 전무후무한 헤비급 3연패를 이뤘지만, 파킨슨씨병으로 고생하다 생을 마감했다. 

반면 포먼은 목회자가 됐을 뿐 아니라 가장 예리한 복싱 해설가로 선수 시절 못지않은 영광의 삶을 살고 있다.  

나는 파나마에서의 4전5기 시합은 오직 하나님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작품이라고 확신한다. 전국 교회에서 당시 영상을 보여주며 내가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살았는지 간증하고 다닌다. 또 군부대, 기업체, 보호관찰소를 다니며 하나님께 의지하면 능치 못할 일이 없다고 호소한다.

23년이 지났다. 나는 앞으로도 강연을 통해 할렐루야를 외치고 하나님이 시합 가운데 어떻게 역사하셨는지 증거하며 살 것이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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