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선 블로그
국민일보 종교국 기자입니다.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를 거쳤습니다. 뻥선 티비, 뻥선 포토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펼쳐진 국제장애인 문화엑스포














<관련 기사>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3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노동종합문화중앙센터 대강당에 한국 CCM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울려 퍼졌다.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이사장 최공열)가 주최한 ‘국제장애인문화엑스포’에서 몽골 시각장애인 새항즈쯔크(12)양은 한국어로 이 곡을 불렀다. 몽골엔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선교 활동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지금은 기독교에 호의적이지만 2∼3년전만 해도 한국 선교사들을 잇따라 추방했다.


그런 나라의 수도, 그것도 총리가 초청한 행사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노래되자 한국에서 온 기독교인 참가자들은 가슴이 벅찼다. 의료선교를 위해 협회 공연단과 동행한 최규만(30)씨는 “몽골 방문에 앞서 종교 이야기는 가능하면 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들었다”며 “그런 곳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몽골인을 보게 되니 감동이 컸다”고 말했다.


새항즈쯔크양은 한국 교회에서 이 곡을 배웠다. 부모를 따라 한국에 가서 3년간 살았던 그는 “더 많은 찬양을 배워 이 나라의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대강당 1, 2층 1200석을 가득 메운 몽골 장애인과 가족들은 이 곡이 시작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호응했다. 이들 중 몇몇에게도 이 찬양은 의미있는 노래였다.


시각 장애 아버지와 함께 온 앵흐지애크(51·여)씨는 “가사 ‘하나님의 사랑은’이 들릴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앵흐지애크씨는 “한국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이 곡을 부르며 한국어를 배웠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5년간 일했다는 그는 “그때는 하나님, 교회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 다니면서 술 끊고 담배 끊고 사고 안 치고, 삶이 달라지는 몽골인을 자주 봤다”며 “이 행사가 아버지 같은 장애인들에게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복음도 전하는 자리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엑스포는 문화 예술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삶을 회복한 이들의 감동 무대였다. 발달장애 풍물놀이팀 ‘참울림’은 3년간 연습한 난타와 사물악기 공연을 보여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혼합된 ‘이영화 춤터’는 장구춤을 선보였다. 발달장애인 4명으로 구성된 ‘참빛앙상블’과 ‘노원장애인중창단’은 멋진 하모니를 선사했다.


몽골에선 새항즈쯔크외에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학생들이 합창을 했다. 또 미술품, 전통 인형, 조각품 등 수공예 작품 100여점을 전시했다.


노로브 알탄호야그 몽골 총리가 초청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교류와 한몽간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해 마련됐다. 최공열 이사장은 “한몽간 장애인 문화교류를 위해 협회가 17년간 노력해왔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몽골의 특수학교 교사 바트엥흐(27)씨는 “한국의 장애인 교육과 복지를 배울 수 있게 몽골 장애인에게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장애인선교단체에서 시작한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는 장애인 문화 창달과 장애인 단체 간 교류를 목적으로 1993년 4월 설립됐다. 최근엔 국제 교류와 문화 예술 교육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몽골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베트남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국제장애인합창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장애인도 일자리를 갖고 자립하도록 돕는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울란바토르(몽골)=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Comments,     Trackba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