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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전북 군산점 (1)
“워메, 교회 덕에 마트를 다 와부렀네”… 남군산교회, 10여년째 독거노인들에 추석 선물


21일 오전 11시쯤 이마트 전북 군산점. 이른 시각인데도 매장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70∼8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로 쇼핑카트에 이런저런 상품들을 가득 싣고 계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을 위한 전용 계산대가 두 곳 마련됐지만 계산대마다 쇼핑 카트가 10여대씩 줄지어 섰다. 오래 서 있기에 불편한 나이인데도 이들은 미소를 지으며 카트 옆을 지켰다. 


이들 어르신은 군산 남군산교회(이종기 목사)가 ‘특별한 추석 선물’을 드리기 위해 초청한 교회 인근 지역의 독거노인들이다. 교회는 100여명의 독거노인을 대형 마트로 초청해 1인당 10만원 한도 안에서 평소 갖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어르신들이 장을 본 카트엔 쌀을 비롯해 된장 식초 간장 다시마 주방세제 휴지 등 다양한 생필품이 실려 있었다. 고기 부침가루 포도 등 추석명절을 위해 산 상품들도 보였다. 


최훈구(86) 할머니는 “자식들 오면 먹이려고 고기를 조금 샀다”고 자랑했다. 홍창옥(78) 할머니는 “평소 많이 도와준 집 근처 미용실 사장에게 선물하기 위해 갈비를 샀다”며 “남군산교회 덕분에 사람 노릇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김태득(87) 할머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형 마트에 와봤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결혼해 지금까지 살았는데 이런 곳은 처음”이라며 “굉장하다, 구경 아주 잘했다”고 말했다. 한 할아버지는 두루마리 휴지 한 묶음 밑에 막걸리 2병을 숨겨왔다가 도로 갖다 놓는 해프닝도 벌였다. 교회에서 다른 것은 괜찮지만 술과 담배만은 안 된다고 미리 고지한 것이다. 


오랫동안 혼자 어렵게 산 탓인지, 주위의 작은 관심도 낯설어 하며 경계하는 이들도 있었다. 약과세트 2개를 산 한 할머니는 “약과를 많이 사셨던데, 약과를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묻자 “내가 무슨 약과를 많이 샀다고 그래요”라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교회가 이날 지출한 금액은 총 1632만원. 교회는 거동이 불편해 마트에 오지 못한 독거노인 50여명에게도 원하는 물건을 대신 구입해 집까지 배달해줬다. 이날 행사를 위해 남군산교회 성도 70여명이 봉사했다. 어르신 3명 당 성도 1명이 따라다니며 장 볼 목록 작성, 장보기, 계산, 포장 등을 도왔다. 자가용으로 직접 어르신들을 모셔 오고 모셔다 드렸다.  


추석 대형마트 장보기 아이디어를 낸 이 목사는 “어르신들이 평소 갖고 싶어 하시던 것,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선물할 수 있어 기쁘다”며 “대상자를 선정해 준 동사무소와 적극 봉사해 준 성도들에게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교회는 10여년째 추석 때마다 독거노인들에게 밑반찬 생필품 소고기 등을 선물해왔다. 보육원 아이들 100여명도 대형마트로 초청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군산=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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