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우리 교회, 건축 어떻게 할까. 신축할 것인지, 리모델링할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성도들 생각도 각양각색이다. 교회의 전통과 역사, 지역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한번 선택하면 돌이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위원회를 구성해 사전에 충분히 연구하고 검토한 뒤에 결정해야 한다. 5명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교회 리모델링에 대해 알아봤다.
-최근 교회 건축의 추세가 궁금하다.
△최동규 대표=아직까지는 신축이 압도적이다. 요즘 신축이냐 리모델링이냐는 두 가지 유형이다. 신자가 증가할 경우는 대부분 신축을 한다. 그러나 신자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거나 기존 교회당 건물이 낡은 경우는 리모델링을 많이 한다.
△이선자 대표=내년 하반기에는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전에는 교회당을 크게 지어놓으면 그만큼 교인이 채워졌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교회 정체가 지속될수록 신축보다 리모델링을 선호할 것이다.
△김진영 상무=교회 건축은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결정한다. 교회가 위치한 장소에 따라서도 선택한다. 오래된 교인이 많을수록 리모델링을 선호하고, 젊은층이 많으면 신축을 하게 되더라. 앞으로는 성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대세가 될 것이다.
△임성필 대표=리모델링 방식은 두 가지다. 내부만 하는 경우, 내·외부 모두 하는 경우이다. 요즘엔 교회가 예산에 맞춰서 내부를 먼저 리모델링한 다음 외부는 나중에 하기도 한다.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나은 이유를 꼽는다면.
△최 대표=리모델링의 장점은 구조가 튼튼하고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골조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신축허가와 달리 주변 민원이 적어 공사 시간도 절약한다. 교회 1세대 신자들의 정서적 만족이 크다.
△이 대표=공사비 절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예산에 맞춰서 공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축 시 문제가 많은 무리한 예산과 이에 파생되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할 수 있다. 에너지 절감, 건물의 역사성 보존의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
-리모델링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가.
△구정회 대표=리모델링에는 용도 변경도 포함된다. 사우나나 헬스장 등 일반시설을 인수해서 교회당으로 리모델링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기존 건물의 골조만 남긴 상태에서 외관과 내부 설비 등을 새로 건축하는 셈이다. 비용은 신축 대비 3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공사기간도 짧다. 신자들의 대상에 따라 리모델링도 각양각색이다.
△김 상무=수영장과 예식장 등은 침고(천장)가 높아 예배당으로 리모델링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다만 기존 시설을 이용할 경우 잠복해 있던 문제가 돌출될 수 있다. 이는 구조 개선을 통해 변경할 수 있다.
△이 대표=예식장을 교회당으로 용도변경을 한 적이 있었다. 과정은 좀 힘들었지만 교회가 위치한 지역 문화가 바뀔 정도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침고가 높으면 공간을 확보해 좋고 쾌적함이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성공적인 리모델링 사례를 꼽아본다면 어떤 교회들이 있는가.
△최 대표=경기도 양평의 복지교회 안식관, 서교동교회, 성호교회와 충현교회 등을 리모델링했다. 안식관은 허물 수 없는 구조였다. 서교동교회는 6·25 당시 미국인들이 세웠고 개신교 제2호 교회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임 대표=경기도 안양의 열린교회를 리모델링했다. 처음엔 신축을 고려했으나 내부를 들여다보니 기존 교회당을 살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교회의 역사성을 고스란히 남겨 놓아 교인들이 만족하고 있다.
△이 대표=한옥으로 된 장석교회를 리모델링했다. 소망교회도 일부 리모델링했다. 파이프오르간을 그대로 둔 채 공사를 했는데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살리는 게 리모델링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교회 건축과 관련해 교회들에 바라는 점을 말해 달라.
△임 대표=좋은 건축가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울러 적정한 공사비가 요구된다. 교회가 언제까지 최저가를 고집하며 경쟁 입찰 방식을 유지해야 하는가. 오죽하면 업계에서는 선정된 날만 웃는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너무 공짜가 많다. 교회가 설계안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김 상무=리모델링은 교회 의지가 중요하다. 흔히 ‘열린 교회’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지역사회와 담을 쌓은 교회들이 많다. 교회 건축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있었으면 좋겠다. 남들 리모델링한다고 따라 해서는 안 된다.
△구 대표=세대를 넘나들 수 있는 공간적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시골 교회는 지역의 공중목욕탕과 납골당까지 설계에 반영하면 좋다. 도시 교회 역시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고령화를 감안해 계단을 적게 한다든가, 장애인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램프를 설치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사회·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