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용산구청 아트홀에서 용산구 한남동 한남제일교회(오창우 목사)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사랑나눔 음악회’가 열렸다. 한남제일교회가 음악회를 주최했지만 용산푸드뱅크가 후원했고, 용산구청이 청사를 무료로 빌려준 것이다.
종교단체가 아닌 지역 복지법인인 용산푸드뱅크가 한 교회의 창립 행사를 후원한 것도, 구청이 행사장을 빌려준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는 용산 지역에서 한남제일교회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남제일교회는 관공서 및 지역단체와 적극 협력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로 유명하다.
오창우 목사는 1985년 이 교회에 부임할 때 자신의 목양지가 한남제일교회만이 아니라 한남동 전체라고 생각하며 ‘교회 때문에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자 다짐했다. 당시 이 지역은 유흥업소가 즐비했고, 97년에는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유해환경 노출을 우려한 주민들의 지역 이탈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그는 부임 초기부터 한남동 동사무소와 용산구청을 자주 찾았다. 그는 공무원들과 얼굴을 익히고 교회가 도울 수 있는 일들을 적극 모색했다.
“예를 들면 동사무소가 마을 청소를 한다고 하면 성도들에게 공지해 참여시켰어요. 요즘 청소하러 나오는 주민들이 어디 있나요. 그러니 동사무소와 주민들이 우리 교회를 좋아할 수밖에 없죠.”
오 목사는 관공서와 협력하면서 정부의 많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이를 토대로 교회가 단독으로 지역을 섬기기보다 관공서가 추진하고 있는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용산구 마을 공동체 사업’이다. 교회는 98년 이 사업에 참여해 구 예산을 지원받아 교회에 다문화센터를 개설했다. 교회는 지금도 이곳에서 다문화 자녀들에게 한글 등을 가르치고 있다.
무연고 노인의 고독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교회는 해결 방법으로 반찬 배달 봉사를 제안했다. 교인들이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고 구청은 예산을 지원했다. 교인들이 자연스럽게 무연고 노인들의 말벗 역할을 한 것이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역사 안에 설치한 ‘책이 있는 쉼터’, 교회 지하공간을 방과 후 교실로 만든 일 등도 교회와 지자체간의 좋은 협업 사례다.
반대로 교회가 진행하던 사역을 동사무소의 사업으로 넘기기도 했다. 27년째 교회가 진행하던 효도관광은 취지는 좋지만 경비가 만만치 않았다. 오 목사는 한남동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과 연계시켜 행사 주관을 동사무소에 넘기고 교회가 돕는 방식으로 바꿨다.
지역에 대한 헌신은 지역민들을 교회의 ‘우군’으로 만들었다. 오 목사는 “교회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교회가 거창한 행사를 해도 탈이 없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교회가 지역의 땅을 매입하려 할 때 오히려 주민들이 나서서 땅 주인에게 ‘싸게 팔라’ ‘반드시 교회에 팔라’고 할 정도였다.
오 목사도 이 지역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초대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추대됐고, 용산구 푸드뱅크 운영위원이자 지도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에는 용산구로부터 지역봉사 특별대상을 받았다
오 목사는 “교회에는 좋은 것, 선한 것,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이를 지역사회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작은 교회일수록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하는 많은 사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사가 특별한 일 없이 관공서 공무원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그냥 호두과자 한 봉지 사서 인사하러 왔다고 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자세를 낮추고 살갑게 상대방을 대하면 사회와의 소통은 어렵지 않다는 점을 오 목사는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전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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