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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들 장사는 잘 하시는것 같은데, 물건이 안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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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4. 11. 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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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600∼800m에서 자란 오미자라 너무 좋아요. 다른 데서 파는 오미자는 대부분 중국산이고 농약을 쳤어요. 사람을 보고 사야지요, 목사가 거짓말을 하겠어요?”

11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 신길교회(이신웅 목사) 앞마당. 충남 공주 조평교회 최재구(44) 목사는 “오늘 새벽 공주에서 싣고 온 오미자”라며 손님을 끌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최 목사는 “10㎏짜리 오미자 30통을 가져왔는데 아직 3개밖에 안 팔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곳에서는 12만원씩 받는데 우리는 3만원이 싼 9만원에 팔고 있다”며 “한 병 갖고 가라”고 권했다.

천막 위에는 ‘조평교회’라고 팻말이 붙어 있고, 손님들도 “목사님, 이것은 얼마예요”라고 묻지만 이 목사는 이날 천생 장사꾼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촌 목회를 하는 목회자 11명이 이날만큼은 가져온 농작물을 팔기 위해 장사꾼으로 변신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이신웅 목사)는 농어촌에서 자비량으로 목회를 하는, 교단 소속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제1회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마련했다. 재배한 농산물의 판로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가장 먼 곳에서 온 이는 제주도 가파도교회 박준식(53) 목사다. 제주도 감귤과 가파도의 톳을 가져왔다. 박 목사는 “양식보다 비싸지만 해녀들이 직접 딴 톳”이라며 “유명해서 없어 못 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 목사는 성도들과 공동 작업으로 톳을 딴다면서 평소에는 전화마케팅을 통해 육지의 교회들에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흰민들레, 개복숭아, 수세미 진액을 가져온 경기도 이천 임마누엘교회 조휴중(59) 목사의 명함에는 ‘우리들 흰민들레㈜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그는 몇 안 되는 농촌 성도들과 함께 기업을 만들어 지난해 ‘이천시 마을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매에는 서툴렀다. 한 동네주민이 “개복숭아가 몸 어디에 좋아요”라고 묻자 “저도 잘 몰라요”라고 답했다. “이것은 성도가 담가서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남 거창 산수교회 이성호(57) 목사는 배추를 한 트럭 싣고 왔다. 이 목사는 해발 650m 땅 2만3140㎡(7000평)에서 고랭지 배추를 직접 기른다. 배추는 300포기를 싣고 와 절반이 나갔다. ‘김부각’ 등도 팔았다. “현미 기름으로 튀겨 건강에도 좋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 목사가 갑자기 손님들이 몰리는 바람에 계산을 빨리 못하자 일부 손님이 가격표를 보고 직접 계산을 하기도 했다.

광주 ‘다음 세대를 세우는 주향한교회’ 고득산(44) 목사는 담양 3305㎡(1000평) 땅에 매실을 재배해 진액을 가져왔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 매실이 풍년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단가가 낮아 팔기 어려웠다”면서 “오늘도 66병을 가져왔는데 겨우 10병 나갔다”고 걱정했다.

소비자들은 “유기농이어서 좋다” “믿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금치 고추 새우젓 추어탕 등을 산 서울 신림동 하성공(54·여)씨는 “유기농이지만 시중가보다 절반이나 싸다”며 “무엇보다 목사님들이 직접 길러 판매하니 믿을 수 있어 많이 샀다”고 말했다.

직거래 장터를 준비한 기성 농어촌부 부장 이무영 목사는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농촌교회 목회자의 명단을 만들었다”며 “이를 교단 차원에서 공유해 계속 직거래가 일어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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