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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이중직 논란? 바울도 천막 만드는 일하며 복음 전파했네


목회자 이중직이 성서·신학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목회자 이중직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해 목회자의 생계는 물론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지역 공동체 운동’에 목회자들이 적극 참여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승호 영남신학대학교 교수는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제8회 목회윤리연구소 포럼에서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성서·신학적 고찰’을 주제로 발제했다. 목회윤리연구소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목회자 이중직, 미래 목회의 한 유형’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사도 바울이 이중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바울은 천막을 만들어 생활비를 벌면서 데살로니가, 고린도, 에베소에서 복음을 전했다. 바울은 상류 계층에 속했지만 자기 손으로 생계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다만 이를 고집하진 않았고 교회가 사역자를 위해 재정적인 부담을 나누라고 가르쳤다.


김 교수는 “전임제 목회만이 목회자의 유일한 목회유형인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으나 사도 바울은 생계 수단과 관련해 유연성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종교 개혁자 루터의 ‘직업 소명설’을 근거로 목회자 이중직이 신학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직업 소명설은 모든 직업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과 함께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루터는 이를 통해 성직이 세속직(일반적인 직업)에 비해 특별한 우위에 있지 않다고 천명했다.  


김 교수는 “서구사회는 직업 소명설을 토대로 목회자가 세속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소명으로 본다”며 “우리도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유연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목회자 이중직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목회자 이중직은 교단에 따라 입장이 다르지만 오늘날의 교회 현실을 고려할 때 목회자 이중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목회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고 목회의 의미를 왜곡시키지 않는 한 다양한 목회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직업 활동이 선교와 연관된 경우에는 목회자가 ‘지역 공동체 운동’을 주도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위한 활동가를 꼽았다.


또 “농촌체험관광, 협동조합 등 선교적 기능이 있는 ‘공동체 자본주의 운동’에 목회자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보다 의미 있는 목회자 이중직의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걀 공장에 취업해 직원예배를 인도하는 이재학 오산 하늘땅교회 목사, 사회적기업 ‘커피밀’을 설립한 윤선주 서울 디딤돌교회 목사, 장신영농조합을 설립한 손주완 원주 작은예수공동체 설립자, 무농약 콩 농사를 지어 도시교회와 직거래를 하는 안재학 완주 석천교회 목사 등이 지역 공동체 운동을 성공으로 이끈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정 교수는 “교회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고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며 “현대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목회자 상에 대해 적극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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