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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 CSI시스템즈 대표의 사업분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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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6. 8. 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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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41) (주)CSI시스템즈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CSI시스템즈는 고객전화상담 아웃소싱업체다. 한국기독실업인회(CBMC)의 한 모임에서 들은 임 대표의 직장생활, 창업, 그리고 사업과정은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지난 5일 서울 합정역 인근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따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 ‘미생’에 나올 법한 직장 에피소드

그의 첫 직장은 옛 데이콤의 고객전화상담 사업부였다. ‘콜센터’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대박을 터뜨렸다. 고객 상담관련 강의를 듣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강사가 그를 따로 불렀다.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이 카드발급을 위한 고객상담팀을 교체하려 한다고 했다. 담당자 연락처까지 쥐어주었다.

임 대표는 신이 났다. 입사 후 첫 사업설명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담당자는 싸늘하게 반응했다. 한숨까지 쉬더니 자신의 등 뒤에 쌓인 서류 더미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사람 키만큼 쌓인 서류들이 다 제안서라고 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기죽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 “이 센터의 문제가 뭔가요? 왜 상담팀을 교체하려는 거죠?” 담당자는 임 대표의 당돌한 모습에 놀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한미은행 고객에게 전화해 한미신용카드를 발급토록 하는데 상담원 1인당 하루 평균 실적이 겨우 1장인데, 이를 3장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다. 임 대표는 “상담 전화의 문제가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실제 상담 내용을 10여분 듣고는 즉석에서 대안을 제시했다.

“자기 고객에게 전화하면서 왜 새로 영업을 하듯이 말하죠? 저라면 ‘한미은행 고객님, 그동안 한미은행을 이용해 주신 데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기존 현금카드에 신용카드 기능을 탑재해 드리고자 합니다’라고 하겠어요. 제게 맡겨주시면 하루 10장도 자신 있습니다.”

이 업무를 임 대표가 수주했음은 물론이다. 보통 은행권 영업은 ‘고공 영업’이라고 해서 임원급 이상이 맡았다. 그만큼 배경이나 인맥 없이는 어려웠다. 그런 일을 입사한지 6개월도 안된 스물다섯의 신입사원이 해낸 것이다. 임 대표는 이후 상담 매뉴얼을 만들고 상담원 교육도 했다. 실적은 첫 달 하루 평균 10장, 곧 15장까지 늘었다.

“연봉 3배로 올려주겠다” 스카우트 제의

갑자기 카드 발급이 늘어 수수료가 많이 나가자 한미은행은 오히려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 그래서 감사에 착수했다. 모든 상황을 알게 된 한미은행 감사 책임자는 임 대표에게 기존 연봉의 3배를 제시하며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저는 은행원 할 생각이 없습니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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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 대표가 지난 5일 회사 직원들과 고객 상담 매뉴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실적이 계속 늘면서 임 대표의 상사는 상을 받았다. 한미은행의 카드 발급 담당자도 승진했다. 하지만 정작 임 대표는 회사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다.

2002년 퇴사해 동료 2명과 고객상담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경험 부족과 주요 고객사의 부도로 3년을 버티다 폐업했다. 다시 현재의 CSI시스템즈를 세웠다. 메가스터디 등 13개 교육관련 업체에 집중해 외환위기도 극복했다. 3년간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후원 유치 전화를 대행해 5만 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기도 했다. 2007년부터 천재교육, 수박씨, 월드비전, 동부화재, 악사, 더케이, 삼성화재, 대우일렉서비스 등 다양한 기업의 고객상담전화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다. 상시 상담원은 150여명이다.

사기 당한 것이 전화위복

모태신앙을 가진 임 대표는 이전엔 전형적인 ‘선데이 크리스천’이었지만 직원 2명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하나님을 만났다고 했다. “상담원 상당수가 경력단절 여성, 실업 청년, 아르바이트 대학생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에요.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보람이었어요. 그래서 남도 아닌 직원이 회사의 자산을 빼돌린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이 컸죠. 사업을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는 그때 CBMC와 기독경영자 모임인 ‘경영자피드백미팅’을 알게 됐고, 그곳에서 회사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경적 경영을 실천하려는 중소기업 대표들도 여럿 만났다.

이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고 이들을 도울 방법도 찾게 됐다. 최근 출시한 ‘CS쉐어링(CSSharing)’은 고객상담전화 서비스가 필요한 여러 회사가 상담전화 시스템과 직원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앞으로 비전은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만드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CS쉐어링을 만든 것, 1000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쉐어링 서비스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심히 영업해 얻은 고객을 전화 상담 잘못으로 잃어버리곤 하는 중소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임 대표는 이를 위해 서울과 각 지방에 100석 규모의 상담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글=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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