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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닝 연재 5) 제목달기는 선택이다

제목달기는 선택이다

 

“제목달기는 선택이다.” 이것은 제목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적확한 제목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

 

‘멋진 제목’ 욕심에 기사에도 없는 제목, 기사와 너무 동떨어진 제목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는 분명 잘못된 제목이다. 제목의 기준은 기사에 있다. 제목은 팩트(fact)보다 앞서가나 뒷서거나 할 수 있지만 그 기준 역시 기사에 있다. 기사에서의 선택이다. 제목의 내용도 선택이다.

 

 

 

기사에서 온라인 이용료가 싸진단다. 온라인 게이머들은 급증하는 추세란다. 온라인 게이머라면 이용료가 싸진다는 것이 뉴스라고 판단해 편집자 제목을 달았다.

 

그에 반해 데스크는 언제부터 싸질까에 초점을 맞춰 제목을 고쳤다. 편집자 제목과 데스크 제목의 차이는 선택의 차이다. 그 선택에 따라 바른 제목이 되고 고칠 제목이 된다.

 

그렇다면 그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기사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가장 정확히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제목은 기사내용을 압축요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제목과 기사가 다르면 얼마나 웃긴 일인가. 물론 기사가 잘못됐다면 취재기자와 상의해 반드시 고쳐야 할 일이다.

 

편집자가 기사를 리드해야 한다는 것은 기사의 기획 단계, 혹은 기사가 작성된 후 취재와의 협의하에 기사를 재구성하는 단계의 일이다. 기사와 전혀 다른 제목을 달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시 앞의 예로 가보면, 주요지는 관련업체가 이용료를 내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편집자 제목 작은 제목에 ‘관련업계’가 포함됐어야 했다. 만약 얼마나 싸질까가 작은 제목이 되려면 ‘온라인게임 이용료가 싸진다’가 주요지(主要旨)여야 한다. 기사도 그렇게 써졌을 것이다.

 

편집자의 선택은 기사를 기준으로 하지 않았다. 따라서 데스크는 제목을 고쳤다. 아래는 큰 제목거리, 작은 제목거리의 선택 예다.

 

 

사이드 기사였다. 적어도 3단 혹은 두줄짜리 제목이어야 했다. 위 기사의 리드를 요약하면 ‘데이콤사이버패스는 사이버카드와 전자화폐기능 IC카드 개발을 제휴했다’이다. 이것이 주요지이기도 하다.

 

이 주요지에서 제목이 선택될 것이고 주요지가 한 줄에 다 들어갈 수 없으니 큰 제목과 작은 제목으로 선택될 것이다. 편집자는 데이콤사이버패스·사이버카드 제휴를 큰 제목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편집자의 큰 제목은 3단으로 갈 만한 것이 아니었다. 유명한 대기업끼리 제휴했다면 그 자체로 큰 뉴스거리지만 유명 기업들도 아니다.

 

또 기사는 기업간의 제휴가 주요지가 아니라 전자화폐기능 IC카드를 개발키로 했다는 점이 주요지다. 데스크는 ‘전자화폐기능 IC카드 개발제휴’를 큰 제목으로 선택했다.

 

아래는 주요지도 ‘선택’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리드(lead)는 두 번째 문장까지다. 앞문장만 보고 실업률 5%대로의 하락을 다룬 스트레이트 기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취재기자는 실업률이 1년 6개월만에 5%대로 떨어졌다는 사실보다는 그 실업률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주요지다.

 

따라서 편집기자는 실업률이 추락한 사실과 함께 그 실업률이 고용사정이 좋아진 탓이 아니라는 것까지 선택해 큰 제목에 나타냈다. 그리고 작은 제목에 ‘얼마나 낮아졌는지’, ‘왜 낮아졌는지’를 선택해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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