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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탙절 (1)
1988년도엔 나도 크리스마스 씰도 붙이고 했는데

1988년 서울 쌍문동에 살았던 다섯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케이블방송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인공 덕선은 ‘친구 선우를 좋아한다’는 사연을 담은 엽서를 라디오 방송국에 보낸다. 그러나 사연은 소개되지 않고 엽서는 반송된다. 덕선이 우표 대신 크리스마스 씰을 붙여 보냈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는 덕선은 라디오 DJ만 원망한다.

 

88년 무렵에는 성탄 카드나 손 편지 봉투에 우표와 함께 크리스마스 씰을 붙여서 보내곤 했다. 겨울이면 으레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씰을 팔았고 이를 종류별로 수집하는 이들도 많았다. 크리스마스 씰 전시회도 종종 열렸다. 덕선처럼 우표와 씰을 구분 못해 낭패를 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씰은 1904년 덴마크 우체국 직원인 아이날 홀벨이 결핵 퇴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 만들었다. 한국에는 1932년 캐나다 선교사 셔우드 홀이 들여왔다. 크리스마스 씰 판매 수익금은 결핵 환자의 치료를 돕는 데 사용됐다. 크리스마스 씰은 연말연시 나눔의 상징이 됐고 한국교회도 보급에 적극 동참했다. 

 

그러나 여러 해 전부터 크리스마스 씰 판매량(모금액)이 뚝 떨어졌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액은 최근 8년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기간 대한결핵협회 전국 지부의 요청을 받은 큰 교회들이 구매에 나서는 등 개신교와 가톨릭이 연간 1억여원의 크리스마스 씰을 꾸준히 구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한결핵협회는 22일 최근 8년간 크리스마스 씰 모금 실적을 발표했다. 크리스마스 씰은 2006년 61억8000만원에서 2010년 49억4000만원, 2013년 39억원, 2014년 34억1000만원 어치가 판매돼 최근 8년 동안에만 27억여원이 줄었다. 같은 기간 개신교와 가톨릭의 연도별 합산 모금액은 해마다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에 달했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액이 줄어든 것은 결핵에 대한 경각심이 줄고 편지나 카드를 보내는 이들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한결핵협회 박연숙 계장은 “요즘엔 의술이 발전해 결핵에 걸려도 쉽게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이 여전히 1위”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는 3만4000여명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휴대전화 문자나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성탄 인사 등을 주고받는다. 크리스마스 씰을 붙일 데가 없는 것이다. 


대한결핵협회는 이에 착안해 ‘온라인 씰’, 전자파 차단 기능이 있는 ‘그린 씰’을 내놨다. 김연아, 뽀로로, K-리그 구단 마스코트 등을 담은 씰을 제작해 눈길 끌기에 나섰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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