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 예수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내 육신의 아버지 이야기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형제들은 3일간 금식했다. 아버지는 눈을 뜨셨고, 만나는 사람마다 복음을 전하시다 3개월 후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내가 전도했다. 주일학교 선생님이 전도하라고 했다. 그것이 효도라고 했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았고 일단 열심히 기도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선생님은 “기도만 해서는 안 된다. 전도는 직접 말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한다. 나도 그랬다. 나는 아버지에게 “예수 믿고 천국 가자”는 말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말을 하기로 정한 그날 나는 아침과 점심을 금식했다. 작전도 세웠다. ‘저녁식사 중에 말을 꺼내자. 한마디만 하자. 아버지 예수 믿고 함께 천국 가요.’ 칼국수를 먹었는데 처음에는 입이 안 떨어졌다. ‘그래 30번 세고 말하자. 그래 50번 세고 말하자. 100번만 세고 말하자’며 스스로 독려했다. ‘그래 순교는 아주 복되다는데 내가 전도하다 아버지에게 맞아 죽으면 그것도 복이겠지’라고 위로도 했다.
그리고 큰마음 먹고 “아버지, 예수 믿고 천국 가요”라고 말했다. 나는 ‘이제 순교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동생들은 ‘형은 이제 죽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주변이 조용했다. 폭풍전야였다. ‘밖으로 나를 집어던지실까, 이제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고 말씀하실까, 몽둥이찜질로 이어질까’라고 생각했다.
몇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그때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 집 빚을 다 갚으면 엄마하고 같이 갈게.” 기적이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 “하나님, 그 빚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빨리 갚아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아버지는 이후 7년이 지나서야 교회를 가셨다. 빚을 갚아서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아버지가 며칠 못 산다고 했다. 어머니는 굿을 했고, 절에 가서 불공을 했다. 절망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큰누나가 말했다. “지옥 가면 고생하고 너무 힘들대. 엄마, 우리 아버지 모시고 교회 한번 갑시다.” 당시 조용기 목사님이 시무하던 서대문교회에 갔다. 생애 첫 예배를 드린 아버지는 “여기가 천국이구나”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몇 달 후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어머니, 큰누나,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고향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주무시는 것처럼 꾸며 택시를 탔다. 어머니는 수술도 못 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그래도 수술은 한번 받게 해 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겼다. 우리는 전북 정읍으로 가는 길에 전주예수병원에 들렀다. 의사는 장례를 치르라고 했다.
집에 도착하자 큰형이 공연히 난리를 피웠다. 우리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큰누나는 먼저 인근 교회의 전도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드리자고 했다. 또 앞으로 3일간 금식하고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성경에 보면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기도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을 때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아버지가 눈을 뜨셨다. 가족들은 모두 방언이 터졌다. 아버지가 눈을 뜨자 큰누나는 “아버지, 일어나세요. 기뻐하며 찬양합시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췄다. 집안 어르신과 동네 사람들은 무서워서 다 도망갔다.
또렷이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는 그때 도망가지 않고 남은 당숙에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예수님은 살아계시네. 동생, 누가 뭐래도 예수님 잘 믿게.” 아버지는 만나는 사람마다 예수를 믿으라고 하시면서 3개월을 더 사셨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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