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양양순복음교회

내가 쓴 기사모음

by 뻥선티비 2014. 6. 26. 01:13

본문



“제가 목회자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감사해야 한다고 설교하는 목회자 말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불타 버린 예배당을 보면 황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해요.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수밖에….”

김재호(59) 강원도 양양순복음교회 목사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교회에 불이 난 것은 지난 8일 오후 12시40분쯤. 예배당과 사택 등 109㎡(33평)갸ㅏ 전소했다. 예배당 천장 배선의 누전이 원인으로 밝혀졌는데 소방서 추산으로만 80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한 권사님 집에서 성도들과 함께 점심을 먹다가 교회에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달려갔어요. 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속수무책이었어요. 강 건너 불구경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왜 빨리 불을 못 끄나’ 하는 생각에 소방관들이 다 밉더라니까요.” 

화재는 교회와 사택에 있던 모든 걸 앗아 갔다. 예배당에 있던 에어컨, 가구, 컴퓨터, 프린터, 복사기 등은 물론 예배당 옆 사택에 있던 냉장고, 가전제품, 김치냉장고, 세탁기 등이 모두 불에 타 버렸다. 호떡을 구워서 나눠주며 전도하기 위해 준비했던 재료와 호떡 굽는 철판도 다 탔다. 한 벌밖에 없는 김 목사의 양복과 침례가운은 재만 남았다. 27년 동안 목회하며 참고했던 신앙 서적 등 3000여권의 책은 잿더미가 됐다. 

김 목사는 1988년 전도사 시절 이곳에 부임했다. 쓰러져 가는 무허가 농가 주택을 뜯어서 예배당과 사택을 만들었다. 공사장에 버려진 목재 등을 주워서 주방과 서재를 만들었고 김 목사가 직접 전기 배선도 했다. 지인들도 정성을 보탰다. 비만 오면 물이 새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던 낡은 슬레이트 지붕은 신학교 동기가 기술자들을 데려와서 고쳐줬다. 경기도의 한 목회자는 초창기 교회의 모습을 보고 한 시간을 울며 기도하더니 리모델링을 하라고 1500만원을 헌금했다. 시골 교회의 여건상 화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전소한 교회는 지금도 그대로다. 물이 뿌려진 잿더미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지만 철거비용 때문에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 당장 1급 발암물질인 슬레이트를 치우려면 전문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비용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된다.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예배당과 사택이 무허가여서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당장 예배를 드릴 장소가 더 걱정이죠. 지난 주일에는 한 성도 가정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김 목사와 아내는 마을회관 2층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식사는 교회의 한 성도 집에서 하루 세끼를 모두 해결한다. 교회에는 15명 정도가 출석하고 있다. 최고령 성도가 87세, 최연소가 40세다. 남양리, 와리 등 인근 7개 마을에 교회는 이곳뿐이다. 김 목사는 “그동안 지역 복음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며 “작은 시골교회지만 전도에 대한 사명감으로 사역해 왔다”고 말했다. 

불의의 화재로 쉽게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었지만 김 목사는 포기하지 않고 전도에 나서고 있다.

“전도는 때를 얻든, 못 얻든 계속 해야죠. 전도하라 하셨으니 전도하는 거예요. 나머지는 하나님이 알아서 하시겠죠.”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