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2006-05-19|29면 |05판 |문화 |뉴스 |1366자
처자식을 외국에 내보내고 혼자 남은 ‘기러기 아빠’들이 자신들에 대한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나섰다. 남모르는 속앓이를 해온 그들끼리 모여 서로 위로하고 각종 정보를 나누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오는 20일 서울지하철 녹사평역 갤러리에서 열리는 ‘기러기가족 박람회’가 그 현장이다.
“기러기떼는 V자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먼 길도 함께 가면 가능하기 때문이죠. 기러기가족 박람회는 그런 절박한 심정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모임입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하이패밀리 송길원 대표는 박람회를 계기로 사회적 지원 시스템과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솔직히 기러기 아빠임을 밝히기조차 쉽지 않았어요. 그동안 홀로 남은 아빠의 자살과 부부의 이혼,현지에서의 아이들 문제가 언론에서 다뤄질 때마다 무슨 공범 같은 심정이었죠. 사실 인식 변화가 필요해요. 저부터 떳떳하게 커밍아웃하겠습니다. 저의 삶을 드러내놓고 같이 고민하겠습니다.”
기러기서포터즈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신상훈 교수는 본인도 기러기 아빠다. 자신이 기러기 아빠들의 고통을 워낙 잘 아는 터라 그들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짐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들과 매주 편지나 이메일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어요. 오히려 한 집에서 살 때보다 사이가 더 좋아진 것도 같고요. 너무 바빠서 아들과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었는데 최근엔 화상 채팅으로 아들 녀석 속마음도 알 수 있게 됐지요.”
2년전 아내와 아들을 캐나다에 보낸 대학교수 서모(대구시·50)씨는 자신들의 삶을 가족해체로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들은 박람회에서 편견으로부터의 해방을 시도할 작정이다. 그들은 행사에서 기러기 가족들의 실제 삶을 공개할 계획이다. 그동안 일부 사립학교의 예를 들어 돈 낭비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하는 공립학교의 예는 어떤지,그리고 성공 사례도 보여줄 예정이다. 사회참여와 봉사를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 심기에도 나서기로 했다.
기러기 아빠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처음 아이들을 보내려 할 때 사전 정보는 물론 보낸 이후의 삶에 대해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20여 가지 무료 상담코너를 마련한다. 유학,여행,이민상담과 우울증,부부관계까지 실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또 가정행복 편지쓰기 등 이벤트를 마련해 기러기 아빠들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심어주고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
송 대표는 “기러기 가족은 한국의 교육열이 만들어놓은 독특한 형태의 문화”라며 “무차별적인 비판보다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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