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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석봉 (13) 서비스는 얼굴 파는 것… 아침마다 웃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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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5. 2. 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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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예를 들어 토스트를 만든 손으로 돈도 받고 잔돈도 준다. 잔돈은 기름이 묻어 지저분해진다. 누가 봐도 위생적이지 않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토스트 빵, 채소, 소스 통 등을 손으로 만지다가 돈을 받고 잔돈을 드렸다. 

‘토스트 굽고 주는 손과 계산하는 손을 달리할 수 없을까.’ 1주일 동안 개선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깨끗한 수건을 쌓아 놓고 수시로 손을 닦았다. 토스트를 만들어 드리고 손을 닦고 돈을 받아 잔돈을 드렸다. 돈을 주고받고는 또 손을 닦고 토스트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손님들이 좋아했다. 깨끗해 보이고 손님에게 성의를 다하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떤 손님들은 반대의견을 내놨다. 시간 낭비라고 했다. 출근 시간에는 초를 다툴 정도로 바쁜데, 언제 손을 닦고 빵을 주고 계산하느냐고 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러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셀프 계산. 고객들이 직접 계산하게 하자.’ 대개는 단골손님이고 또 줄을 서서 토스트를 받고 계산을 하니까 가능할 것 같았다. 100원짜리, 1000원짜리 잔돈을 넣어 셀프 계산대를 놨다. 어떤 분들은 계산을 하지 않고 가거나 잔돈을 많이 집어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정착이 됐다. 손님들은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계산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했더니 토스트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됐다. 셀프 계산대를 놓은 뒤에는 토스트를 배가량 더 팔 수 있었다.

가끔 장난치는 분도 있었다. “저 이 돈 갖고 튑니다.” 그럼 나는 맞장구를 쳤다. “저는 마라톤 선수였어요.”

또 하나, 고객을 위해 아주 중요한 것을 바꿨다.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깜짝 놀랐다. 내 얼굴이 밝고 환한 얼굴이 아니라 긴장하고 초조하고 불안한 얼굴이었다. ‘토스트를 맛있게 만들고 깨끗하게 만들면 뭘 해, 이 얼굴 보고 맛있게 먹겠어?’라고 생각했다. 서비스는 얼굴을 파는 것이다. 연습해서라도 얼굴을 바꾸자고 결심했다.

아침마다 웃는 훈련에 들어갔다. 거울을 보면서 5분씩 웃었다. 기준은 ‘윗니의 8개가 보이도록 웃는다’였다. 노점을 펼치고 판매 준비를 하면서도 웃는 연습을 계속했다. 토스트를 팔면서도 내가 지금 웃고 있는지 점검했다. 그렇게 3개월을 했더니 웃는 것이 습관이 됐다.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하루 매출이 배 이상 올랐다.

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울상이었다. 화난 표정이었다. 토스트를 먹으면서도 ‘나 건들지 마세요’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때는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좀 고쳐보자고 생각해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안부도 물었다. 

그러다 또 다른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이들을 웃게 하고 용기도 주면서 성경 말씀도 읽게 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노점상 앞에 ‘금주의 메시지’라는 팻말을 붙였다. 두 종류의 문장을 적었다. 위에는 일반적인 명언을 적었고, 아래에는 잠언의 말씀을 적었다. 위부터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래까지 읽게 하자는 것이었다. 말씀만 있거나 순서를 바꿔 위부터 말씀을 적으면 거부 반응을 보일 것 같았다. 

또 하나는 이들을 칭찬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칭찬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토스트를 먹는 동안 머리, 메이크업, 안경, 넥타이, 스카프, 양복 등 어떤 포인트를 찾아 슬쩍 칭찬하는 말을 했다. 손님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입이 귀에 걸렸다. 장사는 더 잘됐다. 칭찬을 들은 손님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데려왔다. 보통 스낵카 안쪽에 10명, 바깥쪽에 40여명이 줄을 섰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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