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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석봉 (14) 日 방송서 인터뷰 쇄도… 서울의 명물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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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선티비 2015. 2. 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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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무교동의 토스트 노점상에는 외국인 손님도 많았다. 아침 손님 중 3분의 1이 외국인이었다. 손님은 많아서 좋은데 마음이 불편했다. 국졸에 검정고시 출신이 외국어를 알 턱이 있나. 토스트를 들고 ‘이거냐’고 몸짓하면서 장사를 했다. 그냥 팔면 팔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온통 국제화를 외치고 있는데 나는 이게 무슨 꼴이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원에 찾아갔다. 외국어를 배울 요량이었다. 그러나 학원비가 비쌌고, 무엇보다 시간이 안 맞았다. 나는 서점에 가서 책 3권을 샀다. 일어 영어 중국어. 그리고 장사를 하면서 몇 마디를 쓰면 될까 생각했더니 많이 써야 20문장이라고 생각해 일어 영어 중국어를 20문장씩을 외웠다. 

손님 중에는 일본인이 제일 많았다. 그 다음이 영어권, 이어 중국인 순이었다. 자기 나라 말을 사용하자 손님들이 아주 좋아했다.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했다. 어떤 일본인은 팁까지 줬다. 제일 비싼 토스트 2000원짜리를 하나 먹고 만원을 냈다. 8000원을 거슬러 줬더니 도로 주는 것이었다. 4개 더 달라는 줄 알고 4개 더 주느냐고 했더니 팁이라고 했다.  

일본인들이 귀국한 뒤 소문을 냈다. 한국에 가면 무교동 토스트 노점상이 있는데 정말 맛있는 집이라고 소개했다. 또 일본인들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들이 꼭 나랑 사진을 찍자는 거였다. 토스트는 구워야 하는데 자꾸 사진을 찍자고 했다. 나중에는 거의 자동이 됐다. 일본인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각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이치 니 산(하나 둘 셋)’이라고 외치면 토스트를 굽다 말고 얼굴을 내밀었다. 많을 때는 아침에 평균 30컷을 찍었다. 1년이 지나자 내 사진이 일본 내 한국 소개 사이트에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가끔은 국내 가이드가 일본인 단체손님을 데리고 오기도 했다. 30여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일본인들은 꼭 여기를 가야 한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소문이 나자 일본 NHK 방송이 인터뷰를 했다. 일본의 간사이 TV도 서울의 명물로 석봉토스트 노점상을 소개했다. 

심지어 토스트만 먹으러 일본에서 오는 이들도 있었다. 하루는 인근에 있는 뉴서울호텔 지배인이 오더니 “호텔 옆에서 장사하셔서 아주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혹시 아침에 일본인 두 분이 토스트를 먹고 토스트 서너 개를 싸가지고 가신 분이 있지 않았느냐”고 했다. 지배인에 따르면 이분들은 어젯밤 늦게 투숙해서는 오전 8시에 모닝콜을 부탁했다. 그리고 나갔다 오더니 토스트를 몇 개 싸왔고 바로 체크아웃했다. 지배인이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이 토스트를 먹으려고 일부러 늦게 한국에 왔다가 오전에 사서 다시 비행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벅찼다. 토스트를 먹자고 비행기를 탔다니.

또 기억에 남는 한 부부가 있다. 미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였다. 이들은 토스트를 먹고 가시다가 다시 오셔서 팁을 줬다. 꺼내보니 10만원이었다. “너무 많다”며 되돌려 주자 부부는 “한국에 매년 1주일씩 관광 겸 사진을 찍으러 오는데, 이렇게 입맛에 맞고 맛있는 토스트는 생전처음이어서 감사해서 드리는 선물”이라고 했다. 미국의 유명한 철강회사 회장님 부부라고 했는데 명함을 주시면서 미국에 오면 한번 꼭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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