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이 안정되자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의 부족하고 부끄러운 점, 치부, 상처 이런 것들이 보였다. 가장 부끄러운 것은 ‘게으름’이었다. 나는 10시간 이상 자야 만족했다. 성공한 이들은 어떤가 알아봤더니 5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10시간을 못 자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낮에 낮잠을 자서 보충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낮잠도 자지 않았다. ‘나도 다섯 시간 이상 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성공하려면 잠부터 줄여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어느 책에 보니 습관을 바꾸려면 21일이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21일간 5시간만 자기로 했다. 중간 중간 실패도 있었지만 21일을 지냈다. 이번에는 3개월 동안 5시간만 자기로 했다. 이어 3년에 도전했다. 이렇게 잠자는 습관을 바꿨다. 이렇게 바뀐 습관이 다시 나를 바꿨다.
두 번째로 부끄러운 것은 ‘나만 알았다’는 점이었다. ‘짠돌이’였고 얻어먹기만 했지 베풀 줄 몰랐다. 그런 내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노점상을 통해 번 돈에서 우리 집 생계를 해결한 나머지는 이웃에게 베풀자고 결심했다.
먼저 주변의 보육원을 찾아가 토스트를 구워줬다. 11시쯤 장사를 마친 후에는 서울 사직공원에 가서 노인들에게 토스트를 나눠드렸다. 노인들은 대부분 혼자 사는 이들로 점심을 걸렀다. 집에 가도 아무도 없거나 집까지 가기가 귀찮아 그냥 굶는다고 했다. 굶어도 공원에서 햇볕 쬐며 친구들과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토스트를 만들어 드려도 처음에는 “나 돈 없어”하며 받지 않았다. “돈 받으려는 게 아니에요. 식사하시라고 드리는 거예요”라고 하면 그제야 고마워하며 받았다. 아예 동사무소에 찾아가 도움이 필요한 분을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노인 10여명에게 매달 용돈을 드렸다. 그런데 이 용돈을 자녀들이 와서 빼앗아 간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용돈 대신 계란을 한판씩 선물했다. 용돈을 드릴 때보다 더 많은 이들을 섬길 수 있었다.
세 번째로 부끄러운 것은 ‘시간 개념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시간관리를 하자고 결심했다. 하루는 24시간밖에 안 되는데 엉망으로 살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늘 시간이 부족했다. 시간 관리를 위해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 시간관리법을 가르치는 곳을 알게 됐다. 한국리더십센터였는데, 프랭클린 플래너를 통해 시간관리 하는 법을 가르쳤다.
핑계겠지만 기계처럼 살까 봐, 써 놓은 것에 억매일까 봐 일정을 쓰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그래도 리더십센터에서 효과적이라고 가르치니 따르자고 결심했다. 다른 것은 못해도 일과를 미리 정리하는 것만은 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3년을 했다.
지금은 내가 내 시간의 주인공이 됐다. 이전에는 약속을 거절할 줄 몰랐다. 늘 바빴고 시간에 쫓겼다.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시간 안에서 자유로운 나를 발견하고 있다. 소개하면 이런 식이다. 매일 아침 10분 내에 그날 일정을 정리한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일정을 마치면 체크한다. 처음에는 체크된 게 거의 없었다. 며칠 동안 체크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습관이 되니까 안 쓰면 오히려 불편하게 됐다.
일주일이나 한 달 일정도 마찬가지다. 일정을 정리한 뒤 우선순위를 정하고 진행된 것은 체크를 한다. 요즘은 일정 정리를 위한 스마트폰 앱이 많이 있지만 나는 사용하지 않는다. 한두 번 써봤는데, 배터리가 다 되면 볼 수 없었고 잘못 조작하다 저장한 것을 다 날린 적도 있다. 힘들어도 그냥 아날로그 방식의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고 있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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