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도 서비스업이다. 토스트 노점상은 음식 서비스업이다.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서비스를 했다. 업계의 프로가 되고 싶었다. 노점상에서 토스트를 팔았지만 그렇다고 프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나는 옷도 호텔 조리사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니 업계의 프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영업을 마치면 오늘 아침은 어땠는지 한 장면 한 장면 떠올리곤 했다. 오늘 오신 분들에게 최선을 다했는가, 불편해한 일은 없었는가, 서비스는 괜찮았는가 등을 생각했다. 또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프로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메모지에 적었고, 1주일 안에 적용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이 설탕을 줄인 일이었다. 웰빙 토스트, 요즘은 웰빙이라는 말이 흔하지만 당시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였다. 토스트 안에는 계란이 들어간다. 그 계란에 설탕, 조미료 등을 뿌려야 맛이 났다. 하지만 나는 건강을 챙긴다고 집에서는 설탕을 먹지 않았다. 나도 안 먹는 설탕을 토스트에 뿌려도 되는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모지에 ‘설탕을 줄이자’고 적었다.
각종 책을 사서 설탕 없이 단맛을 내는 방법을 찾았다. 답은 채소에 있었다. 특정 채소를 식초에 절이면 단맛이 극대화됐다. 새로운 방식으로 조리한 토스트를 먹은 고객들은 갸웃거렸다. 맛이 깔끔해졌는데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비법을 설명하자 놀라면서 이것은 그냥 토스트가 아닌 웰빙토스트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두 번째는 불판을 바꿨다. 이전에는 철판이었다. 철판은 녹이 생겨 지저분했다. 그래서 나는 길거리에서 음식을 사 먹지 않았다. 내가 사용하는 철판도 오래 사용하자 녹이 나고 지저분해졌다. 감사한 것은 내가 용접기술이 있다는 것이었다. 15년간 용접을 하면서 철, 구리, 스테인리스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이 중에 ‘스테인리스 27종’은 녹이 안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2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비싸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불판 판매업체는 스테인리스 제품을 취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만들면 어떠냐고 했더니 팔리지도 않을 것을 왜 만드느냐고 핀잔을 줬다. 나는 직접 도안을 만들어 제조업체에 주문했다. 그 업체 사장도 “다른 사람도 이것을 만들어 달라고 해 만들어줬는데 버리더라. 당신도 결국에는 버릴 것”이라고 했다.
돈을 낼 테니 일단 만들어 달라고 했다. 사장은 100만원을 요구했다. 당시 철판은 7만원이었다. 스테인리스 불판으로 토스트를 굽는 연습을 한 달 내내 했다. 낮에는 기존의 철판을 장착해 토스트를 구워 팔고, 일을 마치면 스테인리스판을 올려놓고 토스트를 구웠다.
스테인리스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불판의 일정한 온도 유지는 맛있는 토스트를 굽는데 필수 요소였다. 온도를 맞추기 위해 유리 온도계를 붙였더니 깨졌다. 나는 레이저 온도계를 사서 수시로 불판에 대지 않고 레이저를 발사해 온도를 측정했다. 그러면서 빵이 가장 맛있게 구워지는 온도를 찾아냈고, 불을 줄였다 켰다 하면서 적정 온도를 감으로 유지했다. 밥 먹는 것도 잊고 연구하고 연습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더욱 청결해졌을 뿐만 아니라 맛도 달라졌다. 불판이 유리판처럼 반질반질하고 깨끗해지자 사람들이 더 많이 왔다. 또 불판을 바꾼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입소문을 퍼뜨렸다. 그때 매출이 크게 올랐다. 한 단계 점프한 시기였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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