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위장’ 캠퍼스 이단 기승 17부터
[국민일보]|2006-09-09|24면 |05판 |문화 |뉴스 |1656자
음악을 좋아하는 K대 1학년 김지미(20·가명)씨는 입학하자마자 재즈동아리에 가입했다. 동아리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선배들도 후배인 김씨에게 동아리 활동뿐 아니라 학교생활까지 적극 도와줬다. “좋은 음악이 담긴 CD도 많이 빌려주고 자주 연락해 밥도 사주고 했어요.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많이 의지하게 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부터 선배들은 음악뿐 아니라 종교,특히 신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던 저로서는 좋은 선배들을 만났고 이들 역시 크리스천이구나 생각하고 더욱 의지하게 됐지요. 그런데 이단이더라고요.”
대학 캠퍼스의 이단 활동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종교적인 색채를 띠지 않고 스포츠 음악 등으로 접근해 불특정 다수에게 포교 활동을 펴는가 하면 기존 기독 동아리와 유사한 이니셜로 속여 기독청년들을 자신들의 동아리에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다.
학원복음화협의회(대표 이승장 목사·이하 학복협)는 “요즘 이단 단체들은 재즈 댄스 응원 등의 문화 활동이나 재즈동아리 봉사동아리 등 동아리 활동으로 일반 학생들에게 다가간다”며 “이단의 종류와 캠퍼스 내 활동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복협은 또 “기존 기독 동아리와 유사한 표기로 현혹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기독 동아리인 IVF(한국기독학생회) SFC(학생신앙운동)와 비슷한 이니셜을 사용하고 있는 단체들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단 단체들이 가장 쉽게 포교하는 방법은 어학공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어공부,영어공부,영어 말하기 대회,어학원 등을 활용해 일반 학생들에게 접근한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자원봉사단체를 만들어 봉사하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에게 종교적 내용을 교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유명 단체나 교회를 사칭해 설문조사하는 과정에서 연락처를 알아내 접근하고 있다.
이단이란 성경과 교회의 전통적 신앙고백과는 다른 교리를 가르치는 개인이나 단체를 뜻한다. 이들은 대개 교주의 절대성을 강조하거나 기독교의 기존 권위와 전통을 무시하고 비난한다. 더불어 행위에 의한 구원을 강조하고 자신들의 성경 해석이 절대 진리라고 주장한다. 성경 이외 다른 경전의 권위를 성경과 동등하게 인정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국내외 이단문제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국제종교문제연구소(소장 탁지원)는 “일단 이단 단체의 동아리에서 활동을 시작하면 세뇌가 돼 빠져나오기 어렵다”며 “대학 동아리에 가입하기에 앞서 이름을 정확히 확인하고 그 단체가 종교단체일 경우에는 학복협,국제종교문제연구소,교회 관련 기관을 통해 이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복협은 “이단 단체들은 회원이 탈퇴하려 하면 끈질기게 설득하거나 강압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며 “이런 경우 교역자나 관련 기관에 도움을 청하라”고 권면했다. 학복협은 “이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건전한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공동체 중심의 신앙생활을 하고 지속적인 성경공부를 통해 올바른 복음과 세계관을 가져야 하며 소속이 불확실하고 교회나 선교단체를 부정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대화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학복협은 지적했다(학복협 02-838-9743,국제종교문제연구소 02-439-4391).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