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노아의 방주’ 목각 인형으로 재현 예닮교회

내가 쓴 기사모음

by 뻥선티비 2016. 6. 19. 16:34

본문


창세기 6장, 세상에 죄악이 가득하자 하나님은 인류를 심판하신다. 다만 노아에게는 은혜를 베풀어 피할 길을 내셨다. 큰 방주를 짓고 가족들과 모든 동물의 암수 한 쌍을 태우라고 명하신 것이다. ‘디데이’가 되자 노아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가족들과 동물들을 방주에 태운다. 성경은 새가 그 종류대로, 가축이 그 종류대로, 땅에 기는 모든 것이 그 종류대로 방주를 향해 나아간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의 심판을 앞두고 생명 보존을 위해 방주로 나아가는 이 긴 행렬을 상상해보자. 장엄, 그 자체였을 것이다.


경기도 구리 예닮교회(고대경 목사)는 이 장면을 목각 인형으로 재현해 지난 4월 서울 평광교회(조성욱 목사)에서 ‘노아의 방주’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크기는 60분의 1로 줄였지만 분위기는 그대로 살렸다. 노아의 방주를 만들고 그 앞에 1300여개의 동물 모형을 설치했다. 


작품은 교회 99㎡(30평) 공간에 가로 2m, 세로 15m 넓이로 설치됐다. 한쪽 끝에 방주가 놓여 있었고 방주의 하단 입구를 중심으로 동물들이 줄을 섰다. 입체감을 주기 위해 동물들 아래에는 크고 작은 나무토막을 쌓아 지형을 만들었다. 다른 나무토막보다 약간 높은 곳은 바위산이다. 그 위에는 새들이 놓여 있었다.


맨 앞에는 양이 있었다. 고대경 목사는 “성경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하나님께 드릴 제물로 양을 미리 구별해 처음으로 태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 뒤는 느리게 이동하는 달팽이와 거북이였다. 마음 같아서는 바닥에 계곡도 만들고 천장에 줄을 달아 날아가는 새도 구현하고 싶었는데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다며 고 목사는 아쉬워했다.  


작품 규모를 보면 이를 만드는 데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짐작된다. 방주 제작에만 3개월이 걸렸다. 동물들은 성도 10여명이 매일 제작에 참여해 10개월간 만들었다.  


흑단 웬지 퍼플하트 보고테 오방콜 부빙가 로즈우드 등 보통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고급 특수목 30여종이 사용됐다. 재료비만 1500여만원, 바닥에 깐 나무토막만 400만원어치라고 했다. 교회에 작품을 설치하는 작업에만 고 목사와 성도 15명이 3시간동안 매달렸다.  


예닮교회는 목공과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교회다. 2007년 상가에서 개척했고 성도는 10여명이다. 고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조금이라도 관련 있어 보이는 이력이 있다면 미술대 진학을 준비한 정도였다.  


“처음부터 목공을 하려던 것이 아니었어요. 그저 의자와 테이블 몇 개를 직접 만들면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목공기계와 공구들을 샀죠. 소질은 조금 있었겠지만….” 


그는 인터넷을 뒤져 목공을 배웠다. 마침 인테리어를 하는 새신자가 등록해 그에게서도 배웠다. 자신감이 생기자 성도들에게도 목공을 권했다. 교회에 기계와 도구들이 있기 때문에 관심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목표가 필요했는데 그때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성도 중에는 금속공예를 전공한 정지은(36·여)씨, 건축 설계를 하는 정광래(38)씨, 일러스트레이터 한송희(41·여)씨가 있었다. 정씨는 방주를 설계했고, 한씨는 동물 모양을 그렸다. 성도들은 한씨가 그려준 본을 바탕으로 나무를 자르고 조각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교회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1주일로 예정했던 전시 일정이 2주일로 늘었다. 평광교회 전시도 입소문 덕분이다. 오는 9월 경기도 안산제일교회(고훈 목사)에서 열리는 예장통합 제101회 총회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작품은 현재 박스에 담겨 예닮교회의 한 공간에 쌓여있다. 워낙 대작이라 펼쳐놓을 곳이 없다. 고 목사의 꿈은 상설 전시공간인 기독교박물관을 세우는 것이다. 고 목사는 “이 꿈이 이뤄질 것이라 믿고 또 다른 대작,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하는 장면과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골고다 언덕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청주 떡집 예닮을 응원해주세요. (동생이 창업한 떡집이랍니다.)

관련글 더보기